"모두를 위해 위대한 미국 만들겠다"…일자리 창출 등 강조
대선 승리 견인 노동자 계층, 회의적 유권자에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후 2주만에 처음으로 취임과 동시에 취할 정책의 일부 청사진을 공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2분 37초짜리 녹화영상을 통해 선거운동 내내 공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화하고 대신 미국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정한 양자 무역협상'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하는 등 무역·에너지·규제·안보·이민·공직윤리 등 6개 부문 정책 계획을 육성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이민자 추방,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무슬림 입국 제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 앞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그의 민감한 대표 공약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과 공직 부패 척결 등을 강조하며 정권인수팀이 "매우 순조롭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을 바로 세우고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취임 첫날 할 수 있는 행정 조치(executive actions) 목록을 만들라고 정권인수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 생산, 자동차 개발, 질병 치료 등 분야에 상관없이 다음 세대의 생산과 혁신이 바로 이곳, 우리의 위대한 조국인 미국에서 일어나 미국 근로자들을 위한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근로자를 정책의 중심에 뒀으며, 영상 말미에는 "모두를 위해 더욱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며 '모두'(everyone)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이날 그가 계획으로 제시한 조치는 모두 의회 승인 없이 본인 서명만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미 CNN 방송은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이번 발표에 대해 차기 행정부 요직을 강경파로 구성하고 있는 트럼프가 앞서 1년 넘게 주장한 논쟁적 공약 대신 온건한 약속들로 메시지를 누그러뜨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민자 추방 등이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고 해서 이것이 정책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 당선인이 그의 공약을 모두 즉시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의견대립이 가장 큰 사안들을 일부 뒤로 미루려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레어몬트 맥케나대 정치학과 교수 잭 핏니는 "장벽과 관련해서라면 그가 하루만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며 추수감사절 이전에는 과도한 논란을 유발하지 않는 달성가능하고 한정된 목표에 집중하는 것일 수 있으며, 그 이후 문제가 상당히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LAT는 이날 메시지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한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성부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요구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번 발표가 지지자보다는 그동안 그의 공약에 회의적이었던 미국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NYT는 이날 제시한 정책들은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TPP 폐기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이지만, '미국인에 일자리를 되돌려주는 공정한 양자 무역협상'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에너지 생산 관련 일자리를 없애는 규제들을 철폐해 고소득 일자리 수백만 개를 만들겠다"고 한 것을 비롯해 이날 발표된 다른 조치들에 대해서도 "부풀려진 정치적 과장법"이라고 평가하면서 "어떤 규제를 철폐해, 어떻게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트럼프 당선인이 영상을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삼은 점에 주목했다.

지난 대선전 기간 언론과 불화를 빚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전통을 깨고 지난 8일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 이후 단 한 번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으며 주로 트위터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당선인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발표한 짧은 영상은 전통적 언론을 통하지 않고 대중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NYT는 분석했다.

USA 투데이는 이 같은 방식은 그가 언론 인터뷰에 응해 언론이 원하는 장면을 나가게 하는 대신 직접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후속 질문을 피하고 참모들이 반응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