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시간 애초 15분에서 90분으로 크게 늘어…서로 덕담 주고받아
"트럼프의 성공이 미국의 성공", "오바마 매우 좋은 사람…자문 기대"
트럼프, 오바마케어-대법관-TPP-이란핵합의-기후협정 원위치로 돌리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첫 회동을 하고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오랜 개인적 '악연'에 더해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이번 대선전의 전면에 섰던 터라 첫 만남부터 갈등과 긴장감이 표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었으나 회동 직후 언론 앞에 선 두 사람은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은 매우 훌륭했고 폭넓은 사안을 다뤘다"고 말했고, 트럼프 당선인 역시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이 대단한 영광이었다"고 화답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을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원래 10∼15분 정도 만날 수도 있었지만 1시간 30분이나 만나고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을 고대한다.

앞으로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애초 15분으로 예정됐던 회동시간도 90분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두 사람이 첫 만남부터 다양한 주제를 놓고 많은 얘기를 했다는 방증이다.

두 사람이 이날 회동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 문제를 포함해 국내이슈까지 광범위하게 논의했다는 정도만 공개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오바마 레거시', 즉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 쌓은 국내외 업적을 대부분 뒤집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런 구체적인 문제도 일부 거론된 것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 중 하나인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처리 문제까지 대화 주제로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기간 클린턴을 범죄자라고 규정하면서 집권 시 특검을 임명해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심지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는 언급까지 한 상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당선 직후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클린턴에 대한 사법적 보복을 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실제로 특검 카드를 강행할 경우 클린턴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새 정부 출범부터 양측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향후 '트럼프 정부'의 향후 국내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공언해온 대로 오바마 레거시 뒤집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이민개혁, 공석 중인 대법관 지명 등 국내이슈에서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이란 핵합의, 파리기후협정 등 각종 외교·통상 현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폐지 또는 대폭 수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지난달 22일 펜실베이니아 주(州) 게티즈버그 유세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취임 100일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핵심 메시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모든 비헌법적인 행정명령과 지시들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불법 이민자 추방, 테러위험국 출신 이민자 수용 중단, 대법관 후보자 재지명, 오바마케어 폐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 TPP 철회, 각국의 불공정 무역 사례 조사 및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미국-캐나다 간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사업 허용, 기후변화대책 출연금 취소 등을 거론했다.

당시 취임 100일 구상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동맹체제와 서방의 안보 틀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재편, 이란 핵합의 재검토 등도 트럼프 당선인의 최우선 추진 과제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과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첫 회동을 한 뒤 곧바로 의회도 찾아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 등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고 향후 구상 등을 논의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