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 세 번째)가 10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여사(네 번째)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첫 번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두 번째)와 함께 워싱턴DC 의회에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폴 라이언 하원의장,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수뇌부와 만나 핵심 의제를 논의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왼쪽 세 번째)가 10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여사(네 번째)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첫 번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두 번째)와 함께 워싱턴DC 의회에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폴 라이언 하원의장,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수뇌부와 만나 핵심 의제를 논의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후 처음으로 백악관을 찾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10일(현지시간). 두 사람은 회동 뒤 기자회견에서 어색하게 악수했고, 악수 포즈를 다시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뿌리쳤다.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을 처음 방문할 때 양쪽 부부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전통적인 행사도 없이 헤어졌다.

‘오바마 공약 뒤집기’ 이행 의지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워싱턴을 뒤엎겠다”며 △오바마케어(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제도) 폐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철회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이란 핵협상 폐기 △이민규제 강화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이런 공약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삶이 고단해진 저소득·저학력 백인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들을 기반 삼아 ‘설마’ 하던 예측을 깨고 당선됐다.
[미국 트럼프 시대] 백악관 간 트럼프 "어려운 논의 있었다"…'오바마 뒤집기' 착수
당선 이후 관심은 그가 공약들을 ‘설마’ 이행할지에 쏠렸다. 대선 캠프 쪽에서는 “선거는 선거다”며 “선거가 끝나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9일 당선 연설에서 “이제는 미국이 하나로 통합해야 할 때”라고 말해 그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백악관과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금융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폐지, 오바마케어 폐지, 대대적 감세 등의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오바마가 내린 모든 비헌법적인 행정명령과 지시를 취소하겠다”고 한 기존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TPP 가입 철회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등으로 이어질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쌓아놓은 8년의 정책은 대부분 뒤집히게 된다.

오바마와 어색했던 첫 만남

이런 오바마 정책 뒤집기가 백악관 첫 만남에서 불편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트럼프 당선자는 1시간 반 동안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난 뒤 “10~15분 정도 예상했지만 몇몇 어려운 문제와 상황들을 논의하면서 얘기가 길어졌다”고 공개해 이를 뒷받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의 성공이 미국의 성공”이라며 “정권 인수가 제대로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웃음기는 사라졌다.

미국 언론들은 “몇몇 어려운 문제를 논의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주로 백악관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심각했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오바마케어 폐지 등 트럼프 당선자의 뒤집기 공약 이행 여부가 논의됐을 것으로 언론들은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수사 강행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FTA 재협상도 밀어붙일까

트럼프 당선자가 대외공약도 그대로 강행할지 여부에 관련국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과 관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협상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증액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 한반도 핵무장 허용 가능성 등도 수차례 언급했다. 중국을 겨냥한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보복이 언제 한국을 겨냥할지도 모른다. 모두 한반도의 경제와 외교·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악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트럼프 당선자가 기존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지, 의회가 그대로 이를 받아줄지에 따라 미국의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실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