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백악관 권력 이용법, 모르는 것 가르쳐 줄 사람 찾아라"
WP "포용적 국가 되려면 국민 나서야"·NYT "미국이 벼랑에 몰렸다"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똑똑한 보좌진을 뽑고 승자의 도량을 보여야 한다"(월스트리트저널), "트럼프 휘하에서도 우리 모두 미국을 통합적으로 지킬 방법은"(워싱턴포스트)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날을 세웠던 미국 주요 유력지들이 대선 이튿날인 9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권자들이 '변화의 대리인' 트럼프를 선택했다면서 "충분히 많은 유권자가 트럼프의 평범하지 않은 정치 이력, 변덕스러운 기질, 분열과 별난 성격까지도 받아들일 정도로 현실에 불만족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선인이 자신이 떠안고 있는 엄청난 책임을 깨달을지가 문제"라며 백악관 새 주인의 '패기'를 시험하려 들 중국·러시아 등 강국들과 금융시장 앞에서 자신감과 확신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첫 번째 시험은 재무장관과 국무장관을 고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백악관의 권력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줄 똑똑하고 견실한 사람들로 주변을 채울 것인지 지금처럼 자신의 본능을 믿고 소수의 보좌진에 의지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졌다.

신문은 "시급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우군으로, 당선인이 의회와 관계 복구에 나선다면 일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견해차가 있으나 성공적인 대통령직을 위해서는 공화당 다수의 하원이 중요하고, 상원의 민주당에도 손을 뻗어야 한다.

보복은 정치적 자본을 낭비하기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잭 켐프를 비롯한 원내 공화당원들이 준비해준 개혁 의제를 채택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선례를 따르는 것도 현명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기간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미국인이 "내가 우리나라에서 환영받는 존재인가" 의문을 품은 채 아침을 맞았다며 트럼프의 변화를 기대하지만 말고 국민이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WP는 미 현행 선거제도에 따라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득표수가 적고도 당선됐음을 환기하며 "우리 모두 더 통합적이고 관대한 나라를 만들려 노력하고 다르게 생겼거나 다르게 말을 하는 이웃에 손을 내밀며 '이곳은 우리의 나라'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기조가 분명했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반란'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제까지 보인 언행을 요약하면서 위기감을 표현했다.

신문은 "트럼프는 미국 정치의 모든 표준에 도전하면서 처음엔 공화당을, 다음에는 민주당을 뒤집었다.

여성혐오와 인종주의, 분노, 변화에의 경솔한 열망이 그의 부상에 한 역할을 했다"며 "그 변화가 미국을 벼랑 끝에 세웠다"고 꼬집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트럼프 당선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이은 세계 자유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세계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그의 말만큼이나 선동적이 될지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서구에 헤아릴 수 없는 비용을 안길 세계 질서의 대변화를 부추길 것인지 행동과 말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