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릭트먼 교수 내리 9번째 정확 예측…역사학적 모델 개발
"대선은 보수대 진보도, 공화당대 민주당도 아닌 집권당에 대한 평가다"

결국 역사학적 통찰력이 여론조사 통계나 도박사들의 확률보다 정확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와 선거 환경을 분석해 집권당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핵심 요소를 추려내 만든 모델로 1984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8차례 연속 대통령 당선인을 정확히 예측했던 아메리칸대학의 저명한 역사학자 앨런 릭트먼(69) 교수가 이번에도 대부분의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정확히 맞혔다.

그는 지난 9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불확실했던 요소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며 '트럼프 승'을 단언했다.

이어 약 한 달간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이 급변하는 와중에도 선거일을 11일 앞둔 지난달 28일 `트럼프 승'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보다 나흘 앞서 24일 정치전문 매체 '더 힐'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예측 모델에서 벗어나 패자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시사하기도 하는 고비를 겪기는 했다.

그의 예측 모델은 1860년부터 1980년 사이 미국 대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13개 명제를 만들고 이에 대한 '거짓' 답이 6개 이상이면 선거 당시 집권당이 재집권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13개 명제는 ▲집권당이 중간선거 후에 그 전 중간선거 후보다 더 많은 하원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집권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심각한 경쟁이 없다 ▲집권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다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제3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없다 ▲선거운동 기간이 경기 침체기가 아니다 ▲대통령 임기 내 1인당 실질 경제 성장률이 앞선 두 임기의 평균 성장률과 같거나 높다 ▲현 행정부가 국가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주고 있다 ▲현 대통령 임기에 지속한 사회불안이 없다 ▲현 행정부가 주요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다 ▲현 행정부가 외교나 군사 정책에서 큰 실패를 겪지 않았다 ▲현 행정부가 외교나 군사 정책에서 큰 성공을 쟁취했다 ▲현 집권당 후보가 카리스마가 있거나 국민적 영웅이다 ▲현 야당 후보가 카리스마가 없거나 국민적 영웅이 아니다로 구성됐다.

이들 명제 중'`거짓'이라는 판정이 많을수록 집권당의 안정성이 훼손된 상태여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대선은 카터와 레이건, 공화당과 민주당,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다"며 "백악관을 쥐고 있는 정당과 도전하는 정당의 대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대선을 통해 집권당이 잘 하면 4년 더 기회를 주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쫓아버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9월 인터뷰에서 그동안 참과 거짓의 판별이 불투명했던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제3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없다'는 명제가 거짓임이 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즉 제3의 후보가 득표율 5% 이상을 기록할 것이 확실해짐으로써 정권교체 기준선인 '6개항이 거짓'이라는 조건이 충족돼 트럼프의 승리가 예측된다고 주장했다.

그 이전에 '거짓'으로 판명 난 명제 5가지는 ▲집권당이 중간선거 후에 그 전 중간선거 후보다 더 많은 하원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집권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다 ▲현재 행정부가 국가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주고 있다 ▲현재 행정부가 외교나 국방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 ▲현재 집권당 후보가 카리스마가 있거나 국민적 영웅이다 등이다.

그는 198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 후보가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17%나 뒤는 상황에서도 부시의 낙승을 점쳐 자신의 예측 모델의 정확성을 과시하면서 이름을 떨쳤다.

명제 13개 대부분은 사람에 따라 참과 거짓이 다르게 판정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가 아니면 틀리기 쉬운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28일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성 추문이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핵심 요소를 바꿀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13개 명제는 모두 그동안의 역사적 변화를 감안해 만든 것이므로 웬만한 이례적인 일은 자신의 예측 모델을 바꿀 정도가 못 되지만, "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천지 격변의 변화"가 온다면 이 모델에 근거한 예측이 틀릴 수 있다고 그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선거엔 그런 잠재성이 있다고도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그가 말한 잠재성은 결국 실현되지 않음으로써 그는 9번째 연속 정답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트럼프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지자 릭트먼 교수와의 11일 전 인터뷰를 다시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