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역할론 강조…북한 김정은과 대화의지도 비춰
북핵·대북정책 불투명…수개월 정책리뷰 후 윤곽 나올 듯
탐색대화·군사적옵션 고민 가능성, 우리 정부에는 시험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북핵 문제에 어떤 접근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북핵 및 북한 김정은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그가 북핵 해법과 대북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을 도와온 외교·안보 쪽 인사들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자의 북핵 및 대북정책 구상은 인수위 팀과 외교·안보 참모진이 보다 정교하게 꾸려지고 최소 몇 달간의 정책리뷰를 거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에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면서 "중국이 더 깊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꺼낸 것이다.

트럼프가 그동안 안보 무임승차론 주장에 근거해 동맹가치를 훼손하는 발언을 일삼아 왔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핵을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일단 기존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중국을 몰아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도 중국의 역할에 공을 들이며 때로는 압박을, 때로는 설득을 병행했지만 여전히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김정은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압박 공조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중국 역할론 역시, 현실적으로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가 기존 접근으로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강온 양면'의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 "김정은과 회의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것"이라면서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 같은 언급에 비춰 트럼프가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분명히 해온 클린턴 후보보다는 트럼프를 상대적으로 선호해온 것으로 관측되는 북한이 더 이상의 핵 무력 증강 중단을 약속하고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자와의 협상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

반대로 북한과의 협상이 벽에 막히고,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의 안보에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트럼프는 미국 조야에서 그동안 제기해온 대북 예방타격이나 선제타격 카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대북 제재·압박 강화에 올인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이 북한과 탐색적 대화에 나서든,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대북 선제타격론을 미국이 고민하는 상황이든 모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상향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언으로, 한미관계의 불협화음이 나오고 대북공조에 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북한에 오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북핵 비핵화 진전에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립외교원 윤덕민 원장은 9일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역할론'에 대해 "중국을 압박하거나 중국이 원하는 것(대화)을 주는, 즉 채찍과 당근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다 안 되면 미국이 국익을 위해 '플랜B'를 가동할 수도 있다"면서 군사적 옵션이 거론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원장은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이라는 단선적 접근보다는 포괄적이고 다차원적 접근을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 북핵과 관련한 판이 바뀔 가능성에 대비해 전략적 접근을 할 것을 우리 정부에 주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핵 해법을 시도하다 안 되면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상 대북 문제를 조금 해보다 안되면 손을 놓을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북핵, 북한 문제는 아주 심각하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