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점령지 휴대전화·현대식 복장도 금지…"죽었다 살아났다" 환호

"악몽이 끝나 정말로 기쁩니다.요 며칠 마을은 축제 분위기예요."

이라크군이 2년 4개월 만에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게 빼앗긴 모술 탈환전에 나서 주변 마을들을 차례로 탈환하고 동부 시내 진입에 성공한 1일(현지시간), IS의 마수에서 벗어난 주민이 한껏 기쁨을 표시했다.

해방된 마을의 주민들은 IS의 공포정치 아래에서 금지됐던 면도와 이발, 흡연을 하며 해방을 자축하고 있다고 AF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이 보도했다.

IS는 자칭 '칼리프 국가'임을 내세우며 제멋대로 해석한 종교적 규칙을 내세워 장악지역 주민들에게 강요했다.

해방된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IS의 압제하에서 남성 주민들은 반드시 턱수염을 길러야 했고, 담배를 피울 수 없었으며, 휴대전화도 쓸 수 없었다.

주민들은 IS가 자신들의 허락 없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입을 모아 성토하면서 이제야 '정상인'이 된 것 같다거나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표현을 쓰며 안도했다.

말끔하게 면도한 사드 카이스 씨는 자신의 턱에서 3인치(7.62㎝) 정도 떨어진 곳에 손을 대 보이며 "이만큼 수염이 길었다"며 "정말로 지저분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를 손에 쥔 파라스 샤리프(55) 씨는 "그들이 이걸 봤다면 나를 죽였을 것이다.

총알 하나로"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마흐무드(33) 씨는 "딸 아이가 나중에 IS 조직원과 강제 결혼을 해야 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동부 끝에 있는 마을 고그잘리에서도 말 한마디에 목이 달아날 수 있었던 엄혹한 시기가 지나가자 주민들이 모여 끝없이 수다를 떠는 모습이었다.

이라크 대테러부대원 한 명이 주민들에게 준 전기이발기 하나를 나눠 쓰려고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면서다.

IS가 마을을 장악한 후 한 번도 입지 못했던 티셔츠와 바지를 꺼내입은 한 10대 청소년은 "(아랍 전통의상) 디슈다샤를 입어야만 했다"며 "무릎 위로 옷자락이 올라가면 채찍질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를 모는 한 남성은 "운전할 때마다 그들이 차를 멈춰 세우더니 '당신 담배 피웠지. 우린 다 알아. 냄새 맡아 보게 입 벌려봐'라고 말하곤 했다"고 몸서리를 쳤다.

잘 알려진 대로 IS는 이곳에서도 온 마을 주민을 모아놓고 '공개 처형'을 했다.

약탈에도 몰두했다.

일종의 세금인 '자카트'를 거둬 갔으며 오로지 보석금 1만 달러(1천150만원)씩을 받아내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사람을 가둬놓기도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종교를 앞세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을 향해 주민들은 "그들은 종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카이스 하산 씨는 "나라 사랑이 종교 사랑보다 크다.

이제는 알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