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특별윤리위원회가 EU 집행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 이직한 호세 마누엘 바호주 전 EU 집행위원장에 대해 법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특별윤리위는 바호주 전 집행위원장이 규정 준수와 자유재량권 행사와 관련해 규정을 위반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별위는 “바호주 전 위원장이 EU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고위 관료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도 “사법적인 잘못을 따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바호주 전 위원장은 EU 집행위를 떠난지 18개월 후인 지난 7월 골드만삭스의 영국지사 회장으로 취업했다. EU는 전직 임직원들이 18개월 안에 관련 기업에 취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바호주 전 위원장의 이직에 장클로드 융커 현 EU 집행위원장과 프랑수아 올랑등 프랑스 대통령 등은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올랑드 대통령은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도덕적으로는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 9월 특별윤리위를 구성해 바호주 전 위원장의 잘못을 추궁하기로 했다. 융커 위원장은 바호주 전 위원장이 전직 고위관료에게 보장되는 예우까지 박탈했다. EU 임직원에게 바호주 전 위원장을 만날 때 보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바호주 전 위원장은 그동안 “특별위 조사는 이전 고위 관료에 대한 처우와 비교해 차별적”이라고 반박했다.

EU는 골드만삭스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부채 위기를 초래한 그리스의 재정상황을 감추는데 일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호주 전 위원장이 골드만삭스에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관련 업무를 한다는 점도 EU의 심기를 건드렸다.

바호주 전 위원장에 대한 특별위 조사에 대해 EU의 윤리 관련 상설 독립조직인 유러피언옴브즈맨은 추가 조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일랜드 언론인 출신 에밀리 오레일리 유러피언옴브즈맨 대표는 “이미 공개된 문서만 검토하는 등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자 조사도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유러피언옴브즈맨은 특별위원위의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FT는 “EU 규정만 놓고 보면 유러피언옴브즈맨이 EU 재판부에서 바호주 전 위원장과 죄를 다툴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