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200여 명 비비탄·최루탄 쏘며 진압…140여 명 체포

미국의 신흥에너지 '셰일오일' 수송관 건설을 둘러싼 노스다코타 주 원주민 시위대와 군경 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다.

29일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미국 노스다코타 주 '스탠딩 락 원주민 보호지구' 인근 송유관 매립 예정지에서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DAPL) 건립에 반대하며 노숙 시위를 벌인 원주민들이 전날 중무장한 경찰과 군 200여 명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시위대는 강제 해산 하루 만에 다시 집결, 원주민 영토보호와 자결권을 주장하며 송유관 매립 저지 운동을 벌였고 중무장한 군경은 최루탄과 BB탄을 쏘며 대응했다.

노스다코타 주 모튼카운티 보안관국 대변인은 "141명을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이 다리를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시위대원 1명이 38구경 권총을 3발 발사했지만 이로 인한 부상자는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위대는 둘러앉아 풀을 태우고 기도하며 평화시위를 벌였으나, 일부 화난 시위대는 송유관 건설 장비와 자동차에 불을 질렀다.

군경은 민간 소유지인 시위지역을 한동안 떠나지 않을 계획이라며 "도로 통행을 재개하고 사유지 야영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충돌 발생 지역은 지난 3월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원주민이 7개월째 텐트를 치고 야영하며 송유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연방 소유지 바로 북쪽으로, 현재 매립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보안관국은 시위대에 "사유지에서 자발적으로 철수할 것"을 통보한 지 하루 만에 무력 진압에 나섰다.

텍사스 주 댈러스에 기반을 둔 '에너지 트랜스퍼 파트너스'(ETP)의 자회사 '다코타 액세스'는 '셰일 붐'이 일고 있는 노스다코타 주 바켄 유전에서부터 사우스다코타, 아이오와를 거쳐 일리노이 파토카까지 4개 주 50개 카운티를 관통하는 지름 약 80cm, 길이 총 1천900km의 송유관을 건설 중이다.

총 37억8천만 달러(약 4조2천억 원)가 투입될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47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이 송유관은 스탠딩 락 수(Sioux)족 보호지구를 지나가는데, 원주민들은 "미국 정부가 수족의 주권을 인정키로 한 조약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주민들과 논의도 없이 송유관 건설을 허용, 원주민 유적이 훼손되고 식수원이 오염될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했다.

원주민들은 "ETP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난 7월 신속공사 승인을 받았다"면서 관할권을 지닌 미 육군 공병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지난달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으나, 지자체는 지난 25일 연방정부에 공사재개 명령을 청원하고 군경을 동원했다.

원주민 시위대는 야영지에서 겨울날 준비를 하며 송유관 건립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평화 시위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