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의원 선거 돕기…통합 강조, 미래 대통령 풍모?

미국 대선(11월 8일)을 2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승세를 굳혀가면서 한결 여유 있는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자 클린턴은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공격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대신 상·하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을 돕는 데 집중할 조짐을 보였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클린턴은 전날 자신의 선거용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의 공격을 더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그러면서 "나는 그(트럼프)와 4시간 30분(1·2·3차 TV 토론 합산 시간) 동안 논쟁을 했다"며 "더는 그에게 대응할 생각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와의 싸움은 과거사로 돌리고 남은 기간 미래 지향적인 유세 활동을 펼치겠다는 클린턴의 의지가 담긴 발언이었다.

클린턴의 자신감은 지지율이 10%포인트 넘게 벌어지고 주요 경합주에서도 우위를 점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ABC방송이 지난 20∼22일 유권자 87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50%에 달해 38%에 그친 트럼프를 12%포인트 앞섰다.

클린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90%를 넘어섰다는 관측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수석 전략가로 활동한 칼 로브는 폭스뉴스에 트럼프가 남은 기간 승부를 뒤집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의 한 교회에서 한 유세에서 클린턴은 대선으로 갈라진 미국의 통합을 강조하며 '미래 대통령 풍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들었던 (분열의) 말들에 개의치 않고 분열을 기꺼이 넘어서려는 많은 사람이 있다"며 "수많은 사람이 직면한 문제들을 풀고자 협력해 나가는 길을 찾길 원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또 승부의 쐐기를 박으려 노스캐롤라이나의 흑인 유권자들에게 조기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지지율의 확고한 우위는 클린턴에게 민주당 상·하원 의원의 선거를 돕는 여유마저 선사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클린턴은 전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연설을 통해 펜실베이니아의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인 패트릭 투미를 깎아내렸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온갖 막말에도 투미가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며 "투미가 결국 트럼프에 맞설 용기를 보여주는 않는다면 여러분들이 투표 날에 '그가 유권자들에게 맞섰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클린턴은 이날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상원의원과 박빙을 승부를 펼치는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은 데 이어 25일엔 공화당의 경선주자로 나섰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역구 플로리다를 찾아 민주당 후보를 응원할 예정이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거대책본부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인디애나주와 미주리주에도 100만 달러(약 11억3천만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지역에서 클린턴은 패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하원 등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다른 선출직, 이른바 '다운밸럿'(down-ballot) 선거에서 소득을 기대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를 과거사로 여기는 클린턴이 "이번 선거에서 '다운밸럿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운밸럿 효과는 대선과 같은 치러지는 미국 연방의원 선거에서 대선후보와 같은 정당의 상·하원 후보가 득표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클린턴의 여유로운 행보에 공화당 측의 불안은 더욱 심해졌다.

6년째 장악한 연방 상·하원을 '트럼프 역풍'에 민주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화당 안팎에서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NYT는 23일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토대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을 68%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6월 이래 최고치다.

공화당의 승리 가능성은 9월 26일 64%에서 한달 만에 32%로 반토막이 났다.

공화당의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 등은 대선에 이어 의원선거마저 민주당에 내줄 수 없다며 민주당 후보들을 공격하는 광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 후보들이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자동으로 인가하는 "고무도장"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을 광고를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할 계획을 세웠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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