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도, 트럼프도 싫다…투표할 필요성·동기 못 찾아"

지난 두 번의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적극 나섰던 젊은 세대가 이번 대선에는 흥미를 잃고 좌절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간의 대결'로 불리는 올해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모두에게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선거 자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트위터상에는 '#GiantMeteor2016(거대유성2016)'라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두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니 차라리 유성이 충돌해 지구가 파괴되는 것이 낫다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WSJ은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는 2016 대선 운동에 열광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젊은층이 올해 대선에 쏟는 관심이 2008년과 2012년보다 줄어들어 민주당 클린턴 캠프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선 두 번의 대선에서는 젊은층이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이것이 투표로 이어지면서 그의 백악관행에 일조했다.

2012년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아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9개 경합주에 있는 대학도시 카운티 40곳 가운데 32곳을 휩쓸었다.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비단 민주당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지만, 젊은층이 민주당 지지 경향을 띤다는 점에서 클린턴에게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음담패설 영상'과 잇따른 성추행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지만,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어 표를 던지게 하기 충분치 않다는 진단이다.

버지니아대 학생 아테나 포스트는 "두 주요 정당 후보에 매우 실망했다"며 "일부 학생들은 투표할 필요성과 동기를 느끼지 못하는데, 어떤 후보도 그들에 호소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WSJ과 NBC뉴스가 지난 10∼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5세 이하 유권자의 54%만이 이번 대선에 높은 흥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 60%에서 떨어진 것은 물론 같은 응답을 한 올해 전체 유권자 비율(72%)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매사추세츠대 로웰여론센터가 같은 기간 18∼35세의 투표 의향이 없는 567명과 의향이 있는 68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가 트럼프나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거대 유성이 충돌해 지구가 파괴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WSJ-NBC 조사에서 18∼29세 투표 의향 유권자 사이에서는 클린턴이 43%의 지지율로 트럼프(30%)보다 13%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이는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를 23%포인트 차로 눌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버지니아대 정치학센터 청년리더십 이니셔티브 국장 켄 스트루프는 "(클린턴과 트럼프는 우리와) 다른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것은 마치 젊은 유권자들이 부모의 차를 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괜찮지만, 흥분되지는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물론 클린턴도 젊은층에게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자유당 게리 존슨, 녹색당 질 스타인 등 제3당 후보에게 눈을 돌리는 이들도 상당하다.

WSJ-NBC 조사에서 두 사람은 18∼29세 투표 의향 유권자로부터 22%의 지지를 받았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서는 9%만이 이들을 지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