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연루 후 도피' 단정 못 해…수사 전문가 4명 현지 파견"

최근 필리핀에서 총격을 받아 살해된 한국인 3명은 관광객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필리핀 현지 경찰을 지원할 수사 전문인력을 현지에 급파하기로 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30분께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 지역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A(51)·B(46)·C(48·여)씨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이, C씨는 손이 테이프로 결박된 상태였다.

이들은 발견 당시 아시아계로만 추정됐으나 현지에 파견된 경찰청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경찰관)가 전날 오후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로 지문을 전송,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의뢰해 30분 만에 신원을 확인했다.

A씨와 B씨는 8월16일 출국해 홍콩을 거쳐 필리핀에 입국했다.

C씨는 같은 달 19일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관광객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으나 현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 사람이 국내에서 범죄에 연루된 뒤 도피했다는 설도 돌고 있으나 경찰은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단계"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이들은 현지 교민들과는 교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들은 관광 비자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한 차례 연장했으며, 가벼운 수준의 전과는 있으나 당국에 수배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청부살인 여부 등 구체적 내용은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현지 경찰에 따르면 필리핀의 청부살인은 총격 후 바로 도주하는 방식인데, 이번 사건은 전형적 청부살인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필리핀 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현지 경찰 수사를 지원할 과학수사 전문인력 4명을 급파하기로 했다.

파견되는 전문가팀은 현장감식과 범죄분석을 담당할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국제범죄수사대 경찰관 3명, 총기분석을 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박사 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담당 분야에서 12년∼25년 근무한 전문가들로, 4명 중 3명은 이미 비슷한 유형의 사건으로 외국에 파견된 경험이 있다.

전문가팀은 이날 오후 9시 항공편으로 출발해 필리핀 도착 후 현지 주재관 및 코리안데스크와 공조, 현지 경찰 수사를 지원한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