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첫 '전과' 거둬… 모술 전투서도 등장 가능성

미국 등 연합군의 공세 강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살상력이 큰 고성능폭탄을 적재한 소형 '자살 드론'을 실전 배치했다.

뉴욕 타임스(NYT), 파퓰러 사이언스(PS) 등 미언론은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최근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페슈메르가)가 격추한 모형 드론에 든 급조폭탄(IED)이 폭발해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페슈메르가 대원들은 이 드론이 IS가 정찰 임무에 통상적으로 투입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분해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분해작업 과정에서 드론에 든 IED가 폭발해 두 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IS가 정찰용이 아닌 IED가 든 자살용 드론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이것이 첫 사례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IS는 지난달에도 두 차례 소형드론을 동원해 공격을 시도, 현지 미군 지휘부가 소형드론은 무엇이든 폭약이 든 IS 장비로 간주해 격추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이라크군을 표적으로 IS가 가용 기술로 얼마나 빨리 효과적인 신무기를 개발해 성공을 거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풀이했다.

이라크군을 지원하는 미군 군사고문관들도 조만간 실시될 전략요충지 모술 탈환전에서도 IS가 연합군을 상대로 IED가 든 똑같은 자살용 소형드론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씽크탱크 '뉴 아메리카'(New America) 소속 P. W. 싱어 연구원 등 드론 전문가들은 미 국방부가 드론 격추 전술 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IS가 드론을 무기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한발 늦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 직후 국방부 산하 '합동 급조위협 제거반'이라는 관련 조직이 상부의 지시로 드론 제거 전술 개발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달 초 IED 적재 소형드론 등 위해(危害) 드론 제거 전술 개발과 관련해 2천만 달러(225억 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도 최근 IS의 드론 사용과 관련한 비밀 평가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릭 패닝 미 육군장관 역시 위해 드론을 통한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고 이를 통한 공격 시도를 저지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특별기구 발족을 지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크기가 소형기와 마찬가지고 지상 활주로가 있어야 하는 미군의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 정찰·무장 드론과 달리 IS는 'DJI 팬텀'(DJI Phantom)처럼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조작도 간단한 드론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IS는 중국제 DJI 팬텀 등에 소형 기폭장치를 부착해 원격에서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IS는 자살폭탄 트럭을 동원한 공격에 앞서 촬영을 위해 드론을 처음 사용했으나, 이후 이를 IED를 적재한 자살용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션 맥팔랜드 중장은 "IS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는 데 능란한 조직"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