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클린턴에게 시간 더 준다" 불만…실제 발언 시간은 비슷

9일(현지시간) 미국 대선후보들 간의 2차 TV토론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지만, 사회자들이 조율을 잘해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토론이 끝난 후 '래대츠, 쿠퍼 채찍을 들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공동 진행자로 나선 CNN 앵커 앤더슨 쿠퍼와 ABC방송 기자 마사 래대츠가 효과적으로 선을 지킨 진행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의 2차 토론은 격전이 예고됐다.

토론 1차전에서 패배를 당한 트럼프가 최근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로 궁지에 몰리면서 강한 공격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클린턴도 대세를 굳히려고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예상대로 트럼프의 음담패설 영상과 세금회피 의혹,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등 두 후보의 약점이 고스란히 토론대에 오르면서 토론은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격론이 오가면서 진행자들이 종종 후보자들의 발언을 자르거나 공격적으로 개입해 토론 시간을 조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특히 토론 초반 트럼프가 격앙된 모습을 보일 때 토론이 산으로 가지 않도록 규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1차 토론 때는 나오지 않았던 오바마케어나 클린턴의 월가 고액 강연 등의 문제도 끄집어내 공정성을 갖추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폴리티코는 "쿠퍼와 래대츠는 평소 인터뷰 진행에서 간결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잘 준비된 두 사람이 토론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종종 고삐를 쥐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토론 후 트위터에 "마사 래대츠는 실시간으로 외교 정책 면에서 트럼프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진행은 1차 토론 때 사회를 본 NBC방송 심야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가 존재감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대비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막상 사회자의 진행에 여러 차례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진행자가 자신의 발언을 끊자 "힐러리는 대답하게 놔두고 왜 나는 막느냐"고 했고 "3대1로 토론을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트위터에 "나중에는 젠체하는 진행자들을 빼고 후보자들이 무대를 장악해 토론하도록 하자"고 썼다.

진행자들이 클린턴에게 더 시간을 많이 준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있었지만, 트럼프(40분 10초)와 클린턴(39분 5초)의 발언 시간은 거의 비슷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