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0대-페이스북 소송 계기로 피해자 관심 급증
"신고에만 응하는 페이스북 태도에 피해자 '두더지 잡기'"

영국에서 10대 소녀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보복 포르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계기로 비슷한 법정공방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분야 변호사 다수의 말을 빌려 다른 보복 포르노 피해자들이 소송을 위해 법률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상황을 보도했다.

존슨스 법무법인의 미디어 전문 변호사 폴 트위드는 "이번 재판을 계기로 페이스북은 물론 다른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민사 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미 관련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복 포르노란 옛 애인이나 지인이 상대에 앙심을 품고 누드 사진이나 합성 누드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해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최근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법원은 14세 소녀가 자신의 누드 사진이 삭제되지 않은 채 돌아다닌다며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소송을 받아들여 본안 재판 개시를 결정했다.

이번 소송은 영국에서 처음 진행되는 것으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은 통보를 받은 뒤 사진 삭제를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며 본안 소송 기각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에도 미국 텍사스의 한 여성이 옛 남자친구가 합성 사진으로 만든 보복 포르노를 올려 페이스북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으나 당시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 사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미지를 걸러낼 기술이 있음에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페이스북은 아동학대 관련 이미지가 게시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다른 이미지에 대해서는 신고가 들어올 때만 조치를 취한다.

브렛 윌슨의 사무변호사 이언 윌슨은 "피해자를 괴롭히는 게시물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바람에 피해자가 이를 막기 위해 끝없는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현재 소셜미디어가 신고된 게시물에 즉각 대응하기만 하면 다른 게시물을 둘러싼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유럽연합(EU)의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 업체가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데 주저하는 까닭이 특정 수준의 편집 책임을 지는 순간 찾아내지 못한 채 노출된 문제의 게시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이론적으로 형성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아동과 인터넷 문제의 권위자인 존 카는 "업체들이 유해 게시물을 차단하려 할 때 항상 완벽하게 일을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면죄부를 주는 특정한 법률이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이스북 측은 이런 논란이 일자 2012년 보복 포르노와 성적착취 이미지에 대한 규제 기준을 강화하고, '공유하기 전 심사숙고 하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