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음담패설 녹음파일' 최대 이슈…빌 클린턴 성추문 거론 주목
1차토론 완승 힐러리 굳히기 시도…여성-세금-건강 전방위 충돌 예고


미국 민주, 공화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의 2차 맞짱 TV토론이 9일(현지시간) 밤 미주리 주(州)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에서 열린다.

이번 2차 TV토론은 시간은 90분으로 같지만 1차 때와 달리 사회자는 물론 일반 방청객들까지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다.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와 ABC 마사 래대츠 기자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대선을 꼭 한 달 앞둔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TV토론은 향후 대선판의 흐름을 좌우할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6일 1차 TV토론 판정패로 지지율이 급속히 빠진 상황에서 장기간 납세회피 의혹과 여성에 대한 '음담패설 녹음파일'까지 폭로돼 낙마 위기에 내몰린 트럼프가 대반격을 펼쳐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1차 TV토론에서 판정승하며 상승세를 탄 클린턴은 이번에도 확실하게 트럼프를 제압함으로써 승기를 완전히 굳히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이번 TV토론의 최대 쟁점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금의 부인인 멜라니아와 결혼한 몇 개월 후인 2005년 10월 드라마 카메오 출연을 위해 녹화장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액세스 할리우드'의 남성 진행자 빌리 부시에게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경험을 털어놨고, 당시 대화 내용이 7일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폭로되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클린턴은 이미 트위터에서 "이것은 아주 끔찍하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데 이어 이 문제를 TV토론에서도 공식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클린턴이 TV토론에서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가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성추문 사건을 지렛대로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자신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하면서도 "빌 클린턴은 골프장에서 내게 훨씬 심한 말도 했고, 나는 거기에 미치지도 못한다"며 빌의 성추문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특히 "빌 클린턴은 실제로 여성을 성폭행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고통받았고 수치심을 느꼈으며 희생자를 위협했다"면서 "며칠 안에 이 문제를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빌의 성추문 사건을 반격 소재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이외에도 TV토론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 전방위 난타전을 벌일 전망이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여성비하 발언에 더해 연방소득세 회피 의혹, 인종·종교차별 발언, 트럼프대학 사기의혹 사건, 트럼프재단 불법 기부금 모금, '한·일 핵무장용인'을 비롯한 안보관 등을 공격하며 트럼프는 기질상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의 최대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과 오바마-클린턴 정부의 최대 외교실패 사례인 '벵가지 사건', 금융 중심가인 월가(街)와의 특수관계, 클린턴재단의 외국인 기부금 수령 및 국무부와의 유착 의혹 등을 비판하면서 클린턴의 부정직 이미지를 확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건강 문제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이밖에 북한의 잇따른 핵과 미사일 도발로 대선 이슈로 급부상한 한반도 문제를 놓고도 설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1차 TV토론 때도 동맹체제와 핵 문제 등을 놓고 충돌했다.

클린턴은 최근 며칠 동안 토론준비팀과 모처에서 두문불출하며 트럼프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점검함과 동시에 그의 막말 공세를 차단하고 이메일 스캔들과 건강 등 약점에 대한 방어논리를 세우는 데 주력했다.

1차 TV토론 때 준비부족으로 패한 트럼프 역시 지난 6일 뉴햄프셔 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하며 사실상의 리허설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