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우방인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양국 합동 군사훈련이 4일부터 9일간 실시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중국 행보를 가시화하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한 양군 연합훈련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중단될지 주목된다.

이번 미·필리핀 연례 합동 상륙훈련(PHIBLEX)은 루손 섬과 팔라완 섬 등 필리핀 북서부 지역에서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등 미군 1천400여 명과 필리핀군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다고 주필리핀 미국대사관이 밝혔다.

실탄 포격, 구조 등 위기 상황을 대비한 다양한 훈련이 진행된다.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서 250㎞가량 떨어진 필리핀 산안토니오 지역에서는 상륙훈련이 벌어진다.

이 훈련은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실시되는 양국간의 대규모 군사훈련이지만 존속이 불투명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중국이 원하지 않는 전쟁 게임이 예정돼 있다"며 "이것이 미국과 필리핀의 마지막 합동 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매년 상반기에는 남중국해를 마주 보는 필리핀 지역에서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을 실시하고 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이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은 전임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데로 2017년까지 진행하고 그 이후에 재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볼 때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일 24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양국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의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필리핀 정부는 이 협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가까운 팔라완 섬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 기지를 비롯해 5개 군사기지를 미군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에 반발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EDCA를 재검토하는 한편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의 동맹국들이 중국과 효과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미국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EDCA 폐기를 위해서는 공식적인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 절차가 시작됐는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