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의자들 총기 소유"…주민들 "증거 내놔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부에서 경찰의 잇따른 총격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과 지역 주민 사이에 적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LA 남부 지역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경찰의 총격에 10대 흑인이 사망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히스패닉계 남성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기 때문이다.

찰리 벡 LA 경찰국장은 3일 사건 브리핑에서 "1일 사건은 18세 흑인 청년 카넬 스넬 주니어가 도주하며 총을 꺼내 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벡 국장은 "당시 경찰관들은 보디 카메라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인근 CC(폐쇄)TV 화면을 통해 스넬 주니어가 왼손에 총을 쥐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1일 오후 1시 40분께 발생했다.

당시 경찰관들이 번호판이 없는 차량을 발견하고 도난 차량으로 추정, 곧바로 정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하자 경찰관들은 추격에 나섰다.

용의 차량은 106가와 웨스턴 도로에 멈췄고 남성 2명이 차에 나와 다른 방향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이들 중 1명인 스넬 주니어에게 총격을 가했고, 그는 현장에서 숨졌다.

벡 국장은 "현장에서 사망한 스넬 주니어의 옆에서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발견했다"면서 "경찰관들은 스넬 주니어에게 실탄 6발을 쐈고 이 가운데 2발이 상체와 무릎에 맞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경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면서 믿을 수 있는 증거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주민 25명은 이날 LA경찰국을 방문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벡 국장은 이어 두 번째 총격사건과 관련해 "2일 오후 5시께 48가와 애스콧 도로에서 경찰관 2명이 총을 소지한 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맞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관들은 용의자인 회색 스웨터에 검정 바지를 입은 히스패닉계 남성에게 접근하던 중 그가 갑자기 경찰관들에게 몸을 돌려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벡 국장은 "경찰관들은 그가 총을 겨누자 생명에 위협을 느껴 대응 사격을 했다"면서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가 들고 있던 총은 모형총기로 밝혀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찰관들이 보디 카메라를 착용하고 있어 오늘 아침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목격자 티파니 패터슨(45)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차가 히스패닉 남성을 보고 멈췄고 경찰관들이 차에서 나오면서 경고 없이 총격을 가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패터슨은 "경찰은 심지어 땅에 누워있는 그 남성에게 총격을 가했다"면서 "히스패닉 남성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LA 경찰국은 잇단 총격 사건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자칫 시위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면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