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그리스 아테네 총리실 인근에서 연금 삭감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스 연금 생활자 수 천 명은 이날 아테네 시내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집무실 근처에서 모여 "400 유로(약 49만원)로는 살 수 없다", "(정치인들은)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시위가 격화되며 시위대 일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경찰차 전복을 시도했고, 경찰은 이에 맞서 최루탄 등을 발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그리스는 2010년 금융 위기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구제 금융을 받아 국가 부도 위기를 넘긴 뒤 재정 지출 축소, 연금 삭감 등 긴축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리스 최대 사회보장조직인 IKA에 따르면 그리스 연금 생활자들은 2010년 이후 무려 15차례 이뤄진 연금 삭감 조치 탓에 종전에 비해 25∼55% 줄어든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또, 연금 생활자 10명 중 6명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 700 유로(약 86만원)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디모스 코움보우리스는 AP통신에 "그리스는 절망에 빠졌다.

이번 시위는 우리 삶을 위한 싸움"이라며 "사람들은 고된 노동으로 번 돈을 빼앗기고 있다.

우리는 항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내년에 그리스 경제가 2.7% 성장해 8년 간의 역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으나, 조만간 국제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노동자들의 권리를 완화하는 등의 추가 개혁 조치를 취해야 해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정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2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의 85%가 그리스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51%는 조기 총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42%는 총리에 가장 적합한 정치인으로 보수 야당인 신민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를 꼽았다.

이 같은 수치는 23%에 그친 치프라스 현 총리를 크게 앞선 것이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