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공존 모델 오슬로 협정 주역…세계 지도자들 애도 표시
오는 30일 장례식에 오바마·힐러리 등 참석 예정


1990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중재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3세.

이스라엘 언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레스 전 대통령이 뇌졸중 치료를 받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에 있는 차임 셰바 병원에서 이날 오전 숨을 거뒀다.

페레스의 가족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페레스가 세상을 떠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레스 아들인 케미는 아버지를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묘사하며 "이스라엘 건국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페레스는 지난 13일 쓰러져 이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으며 27일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페레스 장례식은 오는 30일 예루살렘에서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이 장례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대선 후보, 영국의 찰스 왕세자, 캐나다 총리 등이 참석한다고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말했다.

장례식 후 페레스의 시신은 예루살렘에 있는 헤르츨 국립묘지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건국을 주도한 페레스 전 대통령은 자국에서 존경받는 원로 정치인으로, 외국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현재 벨라루스 지역인 폴란드에서 1923년 고가구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1934년 가족과 함께 영국 위임 통치령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 텔아비브에 정착했다.

페레스는 18세 때 노동시온주의운동 단체인 '이스라엘학생·청년노동자총연맹' 사무국장으로 선출돼 정치에 입문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으로부터 1947년 이스라엘 국군 전신인 하가나의 인사·무기 구매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는 1959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의원으로 선출됐으며 이후 국방, 재무, 외무장관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고 총리직도 2차례 역임했다.

외무장관 시절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비밀 협상을 시작해 1993년 오슬로 협정을 끌어낸 것이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페레스는 그 공로로 이듬해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 아라파트 의장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한 원칙적인 합의로, 팔레스타인 임시 자치정부 출범의 계기가 됐다.

페레스는 "팔레스타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5년 라빈 총리가 암살된 이후 두 번째로 총리가 됐지만 1년이 채 안 돼 우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패했고, 네타냐후 총리가 점령지 반환을 거부하면서 오슬로 협정 이행은 교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페레스는 2007년 대통령에 선출돼 2014년 퇴임한 뒤에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존을 추구하는 '페레스 평화센터'를 운영하며 활동을 계속했다.

페레스의 별세 소식에 이스라엘은 물론 팔레스타인 수반,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즉각 애도를 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고 "국가적으로 사랑받던 분이 떠나 나와 내 아내는 개인적으로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도 "우리는 시몬을 사랑했으며 그는 우리가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해 줬다"고 말했다.

페레스 후임으로 이스라엘 대통령 된 리블린은 페레스 장례식 참석차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축소하기로 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페레스를 "평화를 위한 용감한 파트너"로 부른 뒤 "그는 오슬로 협정 후 영구적 평화에 도달하기 위해 숨지기 전까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페레스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정신적 지주"라며 "빛은 꺼졌지만, 그가 우리에게 준 희망은 영원히 타오를 것"이라고 추모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그는 분쟁이 아닌 화해의 미래를 그리는 데 헌신한 마음 너른 천재였다"고 애도했다.

오슬로 협정을 중재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23년 전 백악관 잔디밭에서 협정에 서명할 때 그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페레스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조전을 쳐 애도하고 "평화의 수호자 페레스 전 대통령의 유산을 본받아 모든 사람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러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교황청은 밝혔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페레스의 평화 추구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는 중동 평화의 비전을 포기하지 않았던 위대하고 용감한 정치인을 잃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리커 중국 총리 등도 이날 성명을 내고 추모의 뜻을 표시했다.

(카이로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김수진 한미희 기자 gogo213@yna.co.kr, gogogo@yna.co.kr,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