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이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올리자는 ‘국가연금(AHV) 플러스’ 법안을 부결했다. 반대 의견을 낸 국민이 59.4%로 10명 중 6명은 연금 지급액 인상을 반대했다. 26개 칸톤(州) 가운데 찬성률이 더 높은 곳은 5개뿐이었다. 투표율은 42.6%로 집계됐다.

스위스 연금제도는 AHV,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AHV는 입사할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소득에 따라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받을 수 있다. 또 은퇴연령을 채우고 퇴직하는 스위스 국민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반반씩 부담한 기업연금 혜택도 받는다. 남자의 은퇴연령은 65세, 여자 은퇴연령은 64세다. 세 가지 연금을 합하면 은퇴 후에도 일하던 때의 80% 정도를 소득으로 보장받는다.

스위스 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성인연령 내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은퇴한 스위스 국민은 한 달 평균 1880달러(약 208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스위스 노총과 좌파 성향의 사회당, 녹색당은 2013년 10월 11만1683명의 서명을 받아 AHV 플러스 법안을 추진했다. 은퇴 소득을 보전해주자는 취지에서다. 이 법안은 개인이 납부하는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올리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 안이 통과되면 2년 뒤 국가연금에만 40억스위스프랑(약 4조6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들어가고 이를 젊은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게오르그 루츠 로잔대 정치학과 교수는 “스위스 국민은 그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무엇이 국가에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유권자는 지난 6월에도 모든 국민에게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기본소득법을 77%의 반대율로 국민투표에서 부결했다. 26개 칸톤에서 모두 반대표가 우세했다. 2012년에도 스위스 유권자 중 66%가 6주간의 유급휴가 법안에 반대했다.

스위스 경제지 한델스차이퉁은 “스위스 국민은 소득수준이 높고 연금혜택도 많이 받고 있다”며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커 반대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