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CIA국장 면담후 언급…"부시의 성급한 판단 연상" 반박

호주 총리가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패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을 하자 일부 전문가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례를 보라"며 낙관은 이르다고 반박했다.

맬컴 턴불 총리는 워싱턴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전쟁터에서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칭)가 패퇴하리라는 매우 실질적인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고 호주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턴불 총리는 2014년 IS 수중에 떨어진 이라크 모술의 탈환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계속 그들을 뒤로 밀어내고 있으며, 앞으로 6개월 정도면 추가 전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턴불의 발언은 카터 장관뿐만 아니라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미국의 국방 및 정보관계 주요 인사를 만나 IS 및 사이버 안보 문제 등을 논의한 뒤 나와 시선을 끌었다.

턴불 총리는 IS 심장부인 시리아의 락까 탈환 문제에도 진전이 있다며 미국 관리들과 시기나 날짜까지도 논의했다고 전했으나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IS가 패퇴한다 하더라도 시리아의 정치적 화해 방안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IS의 위세가 크게 약화하면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의 호주나 미국 내 테러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 당국의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턴불의 견해가 나오자 바로 의구심을 제기하는 일부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호주국립대학(ANU) '아랍·이슬람학 센터'의 아민 사이칼 교수는 이번 발언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절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성급한 판단을 연상시킨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사이칼 교수는 부시 당시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 침공 후 "임무가 완수됐다"며 축하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지만 이어진 비극을 보면 옳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도 재임 당시 호주군이 아프가니스탄의 안정과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확언한 적이 있다며 두 정상의 발언 후에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악화해 왔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