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테러연루 의혹에 휩싸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고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야후 뉴스에 따르면 클린턴 캠프의 제시 레흐리치 대변인은 이날 클린턴이 집권하면 사우디를 겨냥한 이른바 '9·11 테러 소송법'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흐리치 대변인은 "클린턴은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관련자들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과 동료 의원들의 노력(법안)을 계속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하원에서 통과된 '테러 행위 지원국에 맞서는 정의'라는 명칭의 이 법안은 미 본토를 겨냥한 테러로 인해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 있는 국가에 대해 면책특권을 배제함으로써, 테러 피해자들이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테러자금 지원 등 9·11 테러 연루 의혹을 받아온 사우디를 겨냥한 것이다.

클린턴의 법안 지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사우디와의 외교 마찰 가능성과 더불어 역으로 외국에서도 미국을 상대로 한 유사한 법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지난 5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그동안 우리가 표현해 온 우려를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는 사실상 자신들을 9·11 테러 배후로 추정하는 이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우디는 만약 법안이 도입되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일시에 매각하고, 다른 자산도 처분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사우디는 1천168억 달러(약 128조9천억 원)의 미 국채를 보유한 미국의 13위 채권국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