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의혹보도 이후 4년 만 해금…웹사이트는 여전히 차단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들에 블룸버그통신이 운영하는 블룸버그 금융 단말기의 구매를 재승인하고 4년 만에 블룸버그 해금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조치는 중국의 개방 확대에 대한 메시지로 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외부 비판을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이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4년 전 블룸버그에 대해 부과된 국유기업의 블룸버그 단말기 구매금지 조치를 종료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해 선의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구매금지 해제도 공식 발표를 거치지 않고 조용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의 국유 은행인 공상은행(ICBC)을 포함한 국유기업들이 단말기 구매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2012년 6월 블룸버그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친인척에 대한 재산 의혹 보도로 알력을 빚은 끝에 블룸버그 뉴스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한편 국유기업에 대해 블룸버그 단말기 구매와 이용을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이후 블룸버그 측의 계속된 로비 끝에 지난해부터 관련 제한조치를 차례차례 해제해왔다.

뉴욕시장을 지낸 블룸버그통신 설립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이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 당국과 블룸버그의 관계는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블룸버그 회장은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와 접견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공동 편집 지면을 발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은 블룸버그 기자들에 대해 입국 비자를 발급해주는 것은 물론 통제된 중국 정부의 기자회견장에서도 블룸버그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주기도 했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블룸버그통신은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부주석과 인터뷰했다.

블룸버그 측은 중국의 해금조치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며 "지난 수년간 블룸버그는 중국 시장에 투자하며 늘어나는 고객사들에 대해 서비스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중국 생산과 투자는 장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중국에 5천500대의 단말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4년전 3천대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다.

블룸버그 단말기의 월간 사용료는 1천830달러에 이르며 8%의 과세금까지 합하면 월 2천달러에 육박한다.

중국 당국과 블룸버그의 갈등은 중국에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악화하는 것과 맞물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우려의 대상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중국 지도부가 외국기업에 대한 중국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반복적으로 밝힌 것과 관련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도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 배척과 자유무역 확대를 주창했다.

특히 블룸버그의 처신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좁아진 선택폭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와 현지기업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렇다고 성장동력인 중국의 엄청난 시장을 방치하고 무시할 수도 없게 됐다는 것이다.

6년전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에 저항해 중국 본토에서 검색과 광고 등 사업 대부분을 중단하고 철수했던 구글도 최근 중국 복귀를 추진 중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6월 "중국에서 중국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 역시 중국 복귀를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 지도자들에게 매달리고 있다.

블룸버그로서도 중국에서 운영중인 단말기 5천500대가 전세계 32만5천대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중요한 중국시장을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블룸버그통신이 2013년 중국 지도부와 친분이 깊은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 그룹 회장의 부정·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실었다가 이후 이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를 내보냈던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피터 그라우어 당시 블룸버그 회장은 "중국은 블룸버그의 장기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우리에겐 재고해봐야 할 기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블룸버그에 대해 완전한 해금을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말기 해금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 웹사이트는 여전히 중국에서 차단돼 있다.

블룸버그와 함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이트 접속 역시 차단돼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