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비밀리에 부패증거수집, 조사 압박했을 가능성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황싱궈(黃興國·62) 톈진시 당 대리서기 겸 시장의 갑작스러운 실각은 시진핑 정권의 숙청통치에 반발한 당내 그룹의 "반격"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공산당 관계자를 인용, 13일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부패단속을 담당하는 당 기율부문은 시진핑 국가 주석파가 기본적으로 장악하고 있는데도 황 시장에 대한 당국의 조사는 사전 징후가 전혀 없었다.

반대파가 황 시장 주변의 비리증거를 비밀리에 수집해 회의에서 들이대며 당 기율 부문에 "입건"하도록 압박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는 10일 밤 웹사이트에서 황 시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11일 보도했다.

엄중한 기율 위반은 일반적으로 부패를 의미한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에 앞서 9일 베이징(北京)에서 짧은 시간 동안 긴급 정치국회의가 열렸다.

황 시장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는 시진핑 주석에 반발하는 그룹이 황 시장 친척의 부정축재 증거 등을 제출했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황 시장 실각 과정은 반부패운동에서 적발된 다른 고위 관리와는 크게 다르다.

다른 고위 관리의 경우 당 기율 부문의 강제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질병 등을 이유로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게 일반적이다.

2년 전 실각한 저우융캉(周永康)의 경우에도 약 1년 전부터 관영 언론에서 동정을 다루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내에서는 시 주석파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으로 이어지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 그룹, 그리고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 등 당 원로 그룹(장쩌민파) 등의 주도권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최고지도부 구성이 크게 바뀌는 당 대회가 내년 가을에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의 7인 최고지도부 가운데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5명이 차기 당 대회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차기 최고지도부에 입성이 유력시되는 후보 중 3명은 공청단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전원 최고지도부에 들어오면 공청단이 주도권을 쥐게 되기 때문에 시 주석 측은 이를 극력 저지하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시 주석의 노골적인 권력집중과 숙청통치에 저항하기 위해 최근 장쩌민파와 공청단파가 연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쩌민 전 주석은 애초 시 주석을 지원했으나 시 주석이 스스로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장쩌민파의 거물 정치가들을 잇달아 실각시키자 이에 반발해 공청단과 연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고참 간부는 "당내대립이 전례 없이 첨예해 지고 있다"면서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안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