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행보는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

북한이 핵탄두 모형 시험과 핵폭발장치 시험에 모두 성공했을 경우 이르면 내년에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러시아 군사전문가가 9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의 유력 군사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 '독립국가연합(CIS: 옛 소련국가 모임) 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평가하며 이같이 관측했다.

지난 2001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다루는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중령으로 근무하다 예편한 뒤 민간 군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예브세예프 부소장은 "북한이 오늘 실시한 시험은 핵탄두에 들어가는 강화된 핵폭발장치 폭파 시험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핵탄두 모형 시험은 앞서 이루어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시험 때 미사일에 장착돼 이미 실시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선 핵탄두 모형 장착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오늘 핵폭발장치 시험도 성공한 것으로 보면 이제 핵폭발장치를 실제 핵탄두에 싣는 일만 남았다"면서 "만일 북한이 지금부터 이 작업에 착수하면 6개월~1년 안에 실전용 핵탄두를 생산해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브세예프는 "북한이 핵탄두에 이용하는 핵물질은 플루토늄으로 확보한 양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아직 모든 탄도미사일에 플루토늄 핵탄두를 장착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우선은 최대 사거리 4천km인 무수단 미사일에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핵탄두가 대형일 경우엔 미사일이 지하 격납고식 발사대(silo)에,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경우엔 이동식차량발사대(TEL)에 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브세예프 부소장은 이어 기술적 측면에서 핵·미사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북한의 다음 행보는 액체 연료 미사일인 무수단 대신 운용이 더 효율적인 고체 연료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수단 같은 액체 연료 미사일은 장거리 발사를 위한 충분한 양의 연료를 채우기가 어렵고 연료 저장도 쉽지 않으며 연료 주입 뒤 이동해야 해서 신속한 발사에도 제한이 있다면서 고체 연료 미사일이 실전 운용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액체 연료보단 고체연료 미사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브세예프는 전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