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사진)가 군비 확장과 ‘힘에 의한 평화’를 새로운 외교·안보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그동안 군비 감축과 해외 분쟁 불개입을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역사는 미국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위험이 가장 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우리는 확실한 군사력 우월성을 토대로 갈등을 피하고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바꾼 트럼프 "국방력 증강"…'제2 레이건' 노리나
그는 50만명 이하인 미군 수를 54만명으로 증원하고, 해군 군함은 74척(276→350척), 공군 전투기는 87대(1113→1200대)씩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집권하면 국방부에 국방력 증강에 관한 새로운 국방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13년 발동된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에 따라 매년 국방예산을 줄여나가고 있다. 트럼프는 또 “대통령이 되면 국방부에 30일 이내에 이슬람국가(IS) 격퇴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할 것”이라며 “합동참모본부에 사이버 방어 대책 마련도 주문하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안보 부문에서 트럼프가 발표한 것 가운데 가장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이라면서도 “(30일 안에 IS 격퇴안을 만들겠다는 것 등은) 실현 방법의 구체성과 가능성 면에서 한계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과도한 국방비 지출을 질타하다가 갑자기 군비 확장을 외치는 ‘매파’로 돌변했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외교·안보 공약이 미 공화당 주류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며 ‘레이거니즘(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정책)’을 좇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레이건 전 대통령은 옛 소련의 팽창주의에 맞서 유럽과 아시아 방어를 위해 적극적인 군사 개입주의를 표방했다.

트럼프는 이날 NBC방송 주최 ‘군 최고사령관 포럼’ 프로그램에 참석해 IS 격퇴 방안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자 “적에게 내 계획이 무엇인지 광고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