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성명에 남중국해 판결 거론 안할듯…중국 '입김'
필리핀, 中 남중국해 추가매립 의혹 제기…美日 정상, 中에 판결이행 압박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또다시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일본과 중국의 대리전도 펼쳐지고 있다.

최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라운드라면 6∼8일 라오스에서 진행되는 아세안정상회의는 2라운드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아세안 회원국인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분쟁을 겪고 있다.

미국, 일본과 연대해 반중국 목소리를 가장 높이던 필리핀은 지난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과 함께 화해모드로 전환하면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난 7월 필리핀은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에서 완승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기보다 양자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아세안정상회의에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거론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아세안은 의장 성명에서 이 중재 판결을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처럼 중국도 명시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 매립행위에 대한 심각을 우려를 표명하며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제시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국제중재 패소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필리핀의 입장 선회와 캄보디아 등 친중 국가의 지지 덕에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중국의 영향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회원국 전체 합의를 택한 아세안의 의사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최근 분쟁 사안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수결 방식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필리핀이 최근 남중국해 분쟁해역인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주변에 준설선과 해경선을 포함한 10척의 중국 선박이 출현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중국과의 긴장이 다시 조성되고 있다.

중국이 국제중재 결과를 무시하며 인공섬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고 필리핀은 의심하고 있다.

필리핀이 7일 중국과 아세안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카보러 암초 해역의 중국 선박 사진들을 공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욕설로 논란을 일으킨 두테르테 대통령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이 정상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국 간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교역·투자 확대를 약속하며 아세안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 아세안은 이날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핫라인 설치를 최종 결정하고 행동강령(CUES)을 채택할 계획이다.

양측이 최근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세안을 상대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확보와 PCA 판결 존중을 강조하며 중국 압박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포함해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느 곳에서든 항행과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PCA 판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외국에 제공하는 순시선으로는 최대급인 전장 90m의 대형 순시선 2척을 필리핀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필리핀에 해상자위대 'TC-90' 훈련기를 최대 5대 대여할 계획이어서 필리핀의 남중국해 해상경계 기능이 강화된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