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 어중간하게 관여하느니 연구 전념" 목소리도 나와

아베노믹스의 기치를 내건 아베 신조 총리 내각과 일본 경제학계 사이에 골이 깊어지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비롯해 주요정책 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학계의 의견이 묵살되면서다.

쓰루 고타로 게이오대학 준교수는 7월말 일본 규제개혁회의 고용워킹그룹 좌장 직에서 물러났다.

노동시간규제 수정 등을 제안했지만 정부가 거듭 받아들이지 않자 무력감에 빠져서라고 한다.

6월 18일 일본 최대의 경제학회인 일본경제학회의 세션에서 오타케 후미오 오사카대학 교수는 "정부 측이 연구자들에게 수년 앞까지의 정책과제를 알기 쉽게 제시하기를 원한다"고 따져 물었다.

이 세션의 주제는 '증거에 기초한 정책입안·평가와 정책연구'로, 전문가에 의한 주제분석을 정책에 반영해 세금의 잘못된 사용이나 효과가 적은 정책을 피해야 한다는 구상들을 밝히는 자리였다.

정책결정에 증거가 결여돼 있다며 위기감을 가진 오타케 교수가 제안해 내각부와 공동주최했다.

공동주최는 일보전진한 것이지만 총리관저에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셈이다.

세션에서 이토 유키코 도쿄학예대학 준교수는 "정치가는 단기적인 최적 해법을 요구한다.

장기적인 최적 해법을 추구하는 연구자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학계 의견이 묵살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학계로서는 두 차례의 소비세 증세 연기가 트라우마라고 한다.

예정대로 증세를 요구한 일본 경제학자가 많았지만, 아베 총리는 안중에 두지 않고 연기해버렸다.

아베내각은 경제재정자문회의 등 정부 회의에 경제학자도 참여시키지만 경제학자들은 "귀기울이는 것처럼 할 뿐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것 같은 항목만 집중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불만이다.

<표> 경제학자도 참가하는 일본정부 주요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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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 명칭 │ 담당 부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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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억총활약국민회의 │ 내각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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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재정자문회의 │ 내각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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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개혁회의 │ 내각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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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조사회 │ 내각부·재무성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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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가 2일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경제대책에 대해서도 많은 경제학자가 냉랭했다.

정부에게 경제학자는 껄끄러운 존재인 것이다.

물론 경제학계에도 원인이 있다는 반성도 나온다.

일본 경제학계는 미시적 이론분석이 주류다.

저명학술지에 논문게재 건수로 학계평가가 결정된다.

정부에 협력, 거시적 분석을 해도 학계에서 평가받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평가전문 학자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오하시 히로시 도쿄대 교수는 "정책 결정에 어중간하게 관여하느니 연구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학자가 증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현재 일본 경제학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