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배후세력 처벌에 앞서 당장에라도 사형제를 부활할 것처럼 여론전을 펴던 터키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16일 여당 정의개발당(AKP) 의원 모임에서 "사형은 한번 죽는 것이지만 쿠데타 모의자들은 그보다 훨씬 심한 죽음을 여러 번 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터키 매체들이 전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쿠데타 배후인) 귈렌은 터키로 돌아와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도 "복수의 감정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이날 터키변호사협회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회 결정이 그 문제(사형제)를 매듭지을 것"이라면서 "의회가 그런(사형제) 결정을 내릴지 나는 모른다"고 했다.

이어 "대중으로부터 요구가 있으니 의원들이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표현에 그쳤다.

이러한 발언은 "국민이 원하면 사형제를 되살릴 것"이라거나 "(사형제가 불가하다는) 유럽연합은 전세계가 아니고 그냥 28개 나라"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쿠데타 진압 후 초기 언급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통령의 사형제 발언은 이달 초부터 달라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7일 이스탄불 예니카프해변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순국자 집회'에서 "의회가 사형제 부활법안을 가결하면 내가 재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사형제 부활논의의 공을 의회로 넘겼고, 총리는 의회에서 "더 중한 벌이 있다"며 사형제 찬성여론을 진정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과 총리의 사형제 부활논의 출구전략은 어느 정도 예측됐다.

유럽연합은 사형제가 부활되면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협상은 그 즉시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스탄불 소재 보아지치대학의 셀추크 에센벨 교수(역사학)는 앞서 14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형제 부활을 밀어붙인 정치세력은 EU 가입협상을 파탄 낸 정치적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면서 "그런 '실수'를 하려는 여당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