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노스캐롤라이나 등 4∼5개 주서 19일부터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주 첫 TV 대선광고를 개시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캠프 고문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4개 경합주에서 오는 19일부터 TV광고를 시작한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방송도 의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캠프가 이들 4개주와 버지니아에서 이번 주말부터 TV광고를 개시한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TV광고 개시 소식은 트럼프 대선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폴 매너포트와 보좌진이 공화당 의원 50명과 가진 컨퍼런스콜 이후 나왔다.

매너포트는 이 자리에서 TV광고 개시 소식과 함께 다음 달 1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달리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이래 현재까지 TV광고를 한편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반면 클린턴 캠프와 클린턴을 지지하는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은 민주당 경선 이후 라디오와 TV광고에 무려 1억500만 달러(1천162억원)를 투입하며 트럼프와 대비를 이뤘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당시 경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TV광고로 승리하면서 "나는 TV광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공공연하게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캠프 측도 트럼프의 미디어 영향력을 고려할 때 트럼프는 클린턴만큼 TV광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클린턴에게 두 자릿수 안팎으로 밀리면서 트럼프 캠프가 예상보다 빨리 TV광고를 개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 판세를 가를 수 있는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트럼프 캠프는 첫 TV광고의 방영지를 이들 경합주로 택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미 NBC뉴스-WSJ가 지난 4∼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대 경합지인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클린턴에게 5∼9% 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턴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행동'은 클린턴의 선전에 힘입어 버지니아와 콜로라도, 펜실베이니아 3개 주에서의 TV 광고를 잠정 중단하고, 자금을 다른 격전지로 돌리는 '여유'도 보이고 있다.

클린턴에 비해 선거자금 모금에서 어려움을 겪던 트럼프 캠프가 최근 소액 기부의 증가로 이번 달 초 3천700만 달러(410억원)을 손에 쥔 것도 주요시간대 광고를 개시한 요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첫 TV광고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한 트럼프의 정책 연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가 밝혔다.

이번 TV 광고는 트럼프가 지지율 하락뿐만 아니라 당내 반대 움직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됐다.

미국 공화당 전·현직 의원과 관료들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 트럼프에 대한 지원 중단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이 연명 서한에 서명한 이들이 120명에 달한다고 CBS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