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애플 지분 석 달 새 55% 늘려…월마트 지분은 줄여
소로스, 애플 모두 처분하고 美S&P지수 하락베팅 2배로 늘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영란은행을 파산시킨 사나이' 조지 소로스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을 두고 정반대의 투자 결정을 내렸다.

버핏은 올해 4∼6월 사이 애플 주식을 대거 사들였지만, 소로스는 같은 기간 애플 주식을 모두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억만장자 투자가 가운데 누구의 판단이 옳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5일(현지시간)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총 1천52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4억6천만달러(약 1조6천억원)어치로, 3월 말 보유량이던 980만 주와 비교하면 55% 늘어난 것이다.

애플의 주가는 올해 4∼6월 사이 12.3% 하락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오히려 애플 주식 540만 주를 더 사들였다.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애플의 주가가 2분기 들어서 큰 폭으로 내렸다"며 "가치 투자자들은 주가가 내리면 더 매입할 기회라고 보고 이를 반긴다"고 설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간 IT주 투자를 꺼려왔지만 5월 애플 주식 매입 사실을 공시하면서 투자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올해 들어서 애플의 매출이 주춤하고 있는 데다가 주가도 계속 하락세를 탔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애플 주식 3천100주를 모두 팔아 6월 말 기준으로 보유지분이 없다고 밝혔다.

대형 헤지펀드 데이비드 아인혼의 그린라이트 캐피털도 보유 애플 주식을 17%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는 버핏의 선택이 옳았던 것으로 입증됐다.

애플의 주가는 6월 30일 기준 주당 95.6달러에서 이달 15일 109.5달러까지 치솟았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 주식을 사들이는 동안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 꼽히는 월마트 주식은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3월 말 월마트 주식을 5천520만 주 보유했지만, 석 달 만에 보유량이 27.2% 감소한 4천20만 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농기계 제조업체 디어앤드컴퍼니와 에너지기업 선코르 에너지의 지분도 줄였다.

카스 교수는 "약간 조정한 것"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많이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로스는 애플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 전반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하락할 것이라는 데 베팅액수를 2배로 늘렸다.

이 회사는 3월 말 기준으로 210만 주에 대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에 투자했지만, 6월 말에는 이 규모가 400만 주로 늘어났다.

S&P 500지수가 곧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 본 것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이달 들어 3대 지수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외에도 소로스는 아마존 보유지분을 3월 말 4만1천140주에서 6월 말 기준 1만2천537주로 줄였고, 이 대신 리버티 브로드밴드 지분을 사들였다고 마켓워치 등이 보도했다.

소로스는 1992년 영국과 독일이 유럽 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통화전쟁을 벌이자 영국 파운드화의 하락을 예상하고 파운드화 약세에 100억 달러 이상을 공격적으로 베팅했다.

당시 그는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의 차익을 남기면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파산시킨 남자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