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패션엔 작은 코에 도톰한 입술 어울려"
가장 많은 코수술 200만원 안팎…"한국 성형 실력에 버금가"

테헤란 북부 조르단 지역의 한 음식점에서 7일(현지시간) 여자 친구와 점심을 먹던 사미르(25) 씨의 코에 하얀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다친 것이냐"는 물음에 사미르 씨는 웃으면서 "며칠 전 코 성형수술을 했다"고 대답했다.

여자친구의 권유로 지난주에 테헤란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코를 축소하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테헤란 시내에선 사미르 씨처럼 코에 붕대와 반창고를 붙인 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코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다.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남성도 종종 눈에 띈다.

이란이 중동에서 성형수술, 그 가운데에서도 코 수술로는 양과 수준 면에서 중동 최고라는 것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의외의 사실이다.

이란 미용·성형수술협회에 따르면 이란의 연간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 건수는 4만 건으로 브라질, 멕시코, 미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다.

이 가운데 70% 정도가 코 수술로 추정된다.

테헤란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하셰미 박사는 "공식집계에 잡히지 않는 성형수술까지 합하면 이란은 가히 '성형수술 왕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엔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포르노 배우 캔디 참스가 테헤란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간 사실이 밝혀져 이란 당국이 당황하기도 했다.

어렵게 수소문해 만난 참스의 수술 의사는 "참스는 코와 눈꺼풀을 수술했다"며 "수술 결과에 매우 만족했다"고 귀띔했다.

미모라면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란 여성들이 성형외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테헤란의 유명 코 성형수술 전문의 샤리아티 박사는 "아무래도 히잡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이란 여성은 코가 크고 높은 편인데 히잡을 쓰면 작은 코와 도톰한 입술이 더 예쁘게 보인다"며 "코 수술이 가장 많고 다음이 입술인 것은 그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기다리던 마리얌(22) 씨는 "코의 끝을 약간 위로 향하게 하고 싶다"며 "외국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을 보면서 나에게 맞는 코를 상상해 봤다"고 했다.

성형수술을 한 한국 여성 연예인의 사진을 본 샤리아티 박사는 "이런 얼굴을 이란에선 자연미가 있다고 한다"며 "수술이 매우 잘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연예인처럼 수술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물론이다. 이란과 한국의 성형수술 수준은 비슷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성형수술 실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다이어리를 보여주면서 "내일 하루 수술 대기자가 8명인데, 한 명에 1시간 45분쯤 걸리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코 수술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선 성형수술을 받으면 수술 흉터가 아물 때까지 되도록 외출을 삼가지만 이란에선 보란 듯이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이다.

코 성형수술 비용이 7천만 리얄(약 200만원), 입술은 3천만 리얄(90만원) 정도로 한국보다는 싸지만 이란 서민의 벌이(월 50만원 안팎)에 비하면 상당히 부담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란에서 성형수술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는데도 수술을 받은 것처럼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닌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하셰미 박사는 "비록 부자가 아니더라도 적은 월급을 모아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미를 추구하는 본능은 어디나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