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역할은 트럼프의 정책과 발언을 부드럽게 하는 것인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가 4일(현지시간) 유세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11세 꼬마의 돌직구성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

펜스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州) 롤리의 공연예술극장 '듀크 에너지 센터'에서 열린 유세 도중 한 남자아이로부터 기습 질문을 받았다.

질문자는 어른이 아니라 다름 아닌 11세 소년.
트럼프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이 소년은 청중석에서 일어나 또렷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이름을 매튜라고 밝힌 이 소년은 펜스에게 "요즘 TV를 계속 봤는데 당신이 트럼프의 (논란성) 정책과 발언을 부드럽게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그런 것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당신의 역할이냐?"고 물었다.

트럼프가 친 사고를 뒷수습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순간 청중석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고, 펜스는 허를 찔린 듯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펜스는 곧바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물은 것이냐?"고 되물은 뒤 "이 아이는 미래가 있는 소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나는 트럼프와 함께 하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맞댄 채 협력하고 있다"면서 "매튜, 네가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될 때쯤이면 '때때로 어떤 것은 항상 네가 의도한 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 아마 알겠지만, 트럼프와 나는 스타일이 다르다.

하지만, 스타일의 차이와 신념의 차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펜스는 매튜의 지적대로 최근 '트럼프발'(發) 논란을 잠재우는 일종의 소방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펜스는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때 힐러리 클린턴 찬조연사로 출격해 자신을 비판한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부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슬림 비하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을 해 논란이 일자 성명을 내 "트럼프와 나는 후마윤(이라크전쟁 때 숨진 키즈르 칸 부부의 아들)이 미국의 영웅이고, 다른 전사자 가족과 마찬가지로 후마윤의 가족도 모든 미국인이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믿는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또 트럼프가 연방 하원의원 선거와 관련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는 듯한 입장을 표명하자 곧바로 "라이언 의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공개로 선언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