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9일 위스콘신 경선 라이언 낙승 전망속 일각선 장담못해 관측도
트럼프 "라이언 지지거부한것 만족"…경선 목전 재차 '反라이언' 메시지


'트럼프와 라이언 중 누가 웃을까?'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이 사활을 건 전면전을 벌이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오는 9일(현지시간) 치러질 위스콘신 연방 하원의원 후보 경선 결과가 주목된다.

라이언 의장이 최근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 대신 그의 경쟁자 폴 넬런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위스콘신 경선 구도가 '트럼프 vs 라이언' 대결로 급변한 탓이다.

CNN 방송은 4일 공화당의 이런 상황을 '내전'(civil war)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사태 전개를 가늠할 주요 관전포인트의 하나로 라이언 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 경선을 거론했다.

현재 판세는 라이언 의장에게 유리한 형국이다.

라이언 의장은 대중적 인기에다가 9선의 경륜, 부통령 후보 출신, 124년 만의 40대 하원의장 등 화려한 경력이 더해지면서 지역 기반이 단단한 편이다.

반면 사업가 출신인 넬런은 처음 선거에 나선 터라 인지도면에서부터 크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위스콘신 지역 매체인 저널 센티넬은 전날 "트럼프의 지지 거부가 라이언 의장의 경선 가도에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면서 라이언 의장의 승리를 전망했다.

이 매체는 특히 "위스콘신에서 라이언 의장의 인기가 트럼프보다 더 높다"면서 "여론조사를 보면 이 지역 공화당 유권자 10명 중 8명이 라이언 의장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역시 최근 "넬런이 라이언 의장을 상대로 거의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승부가 이미 끝났다고는 100%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엄존한다.

지역 매체 WFB와 복스 포퓰리의 5월 말 여론조사(451명) 당시 라이언 의장이 무려 80%의 지지율을 기록해 7%에 그친 넬런을 73%포인트 차로 압도했으나 7월 초 PMI 여론조사(424명)에서는 라이언 의장의 지지율은 43%에 그쳤다.

32%를 얻은 넬런에 비해서는 여전히 오차범위 밖의 우위를 유지했으나, 이전과 비교하면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더욱이 트럼프가 대놓고 라이언 의장에 대한 보이콧 선언과 함께 넬런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데다가 부통령 후보 출신으로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세라 페일린 등이 현지에서 넬런에 대한 지원사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막판 표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듯 공개로 라이언 의장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플로리다 주(州) 웨스트팜비치의 CBS 계열 WPEC 방송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에 대한 지지 거부와 관련,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성명을 낼 때는 솔직담백한 것이고 지금 그런 언급들에 대해 만족한다"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당의 노선과 가치를 놓고 여러 차례 충돌하면서도 최후의 선은 넘지 않았으나, 최근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 논란을 계기로 완전히 루비콘 강을 건넌 분위기다.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이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2004년 이라크전 참전 도중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 대위를 거론하며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그들이 악의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반박함과 동시에 연설 당시 무대 위에 있던 그의 부인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을 두고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초래했다.

이후 라이언 의장실이 키즈르 칸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듯 라이언 의장이 오른손에 작은 헌법 소책자를 든 사진을 홈페이지 '반드시 봐야 할 7월의 사진들' 코너에 공개하면서 트럼프를 자극했고, 이에 흥분한 트럼프는 "우리는 아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폴 넬런이 선거운동을 잘하고 있다"며 지도부 교체 필요성과 함께 넬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