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품격 없다' 지적에 몰락한 매카시와 비교하기도
트럼프 5차례 병역 면제 사유 중 발뒤꿈치 통증 포함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트럼프의 대권 가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라크전 참전 사망 군인의 부모를 겨냥해서 한 무슬림 비하 발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트럼프의 베트남전 병역회피 의혹도 재조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4년부터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징병을 유예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학업과 질병을 이유로 각각 4차례, 1차례 징병 유예 판정을 받았다.

1964년 6월 트럼프는 18세 생일이 지나자 당시 모든 미국 남성이 했던 것처럼 '선별적 복무 시스템'에 등록했다.

대학 학업 때문에 4차례 징병 유예 판정을 받은 트럼프는 1968년에는 발뒤꿈치 돌기에 따른 '임시 면제'로 베트남전 참전을 피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발뒤꿈치 통증 증후군이 있다며 1968년 징병 신체검사 때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얘기한 바 있다.

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대학 시절 미식축구와 테니스, 스쿼시를 즐길 정도로 신체 건강한 남성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트럼프의 병역 고의 기피 가능성을 시사했다.

NYT는 '무슬림 비하' 논란 이후 '트럼프가 전사자 유족을 폄훼할만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적이 있느냐'는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병역 기피 의혹이 새로운 비판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앞서 무슬림계 전사자의 부모인 키즈르 칸 부부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에게 한 비판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칸의 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무슬림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발언 이후 키즈르 칸 부부는 트럼프는 희생의 뜻을 모른다며 공격을 이어갔고, 전사자 유족 모임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이번 논란이 트럼프의 대권 가도에 타격을 줄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경선 내내 잇단 막말에도 트럼프는 지지율 면에서 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지난주 끝난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심상치 않은 기세로 떨어졌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호화군단의 지원사격을 받은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가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무슬림 비하 논란을 계기로 냉전시대 '매카시즘 광풍'의 주인공 조 매카시(공화당·위스콘신) 전 상원의원처럼 몰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40∼1950년대 소련과 경쟁하던 미국에선 공산주의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광풍이 몰아쳤고 매카시는 거짓·선동·날조 등으로 그 중심에 섰다.

기세등등했던 매카시도 1954년 4월 열린 육군 청문회를 기점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당시 육군 법률고문인 조셉 N. 웰치는 아무나 공산주의자로 몰던 매카시에게 "당신에게는 어떤 품위도 없느냐, 결국 어떤 품위도 남아있지 않게 됐냐"고 물었다.

TV로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웰치의 '인간적 품위' 발언은 반향이 컸고 결국 매카시는 1954년 12월 상원에서 불신임당했고 그로부터 3년 뒤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비판자들이 칸 부부에 대한 대응에서 트럼프가 너무 나갔다고 평가한다"며 트럼프의 앞날을 1950년대 매카시즘 몰락의 변곡점과 비교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미 시카고대의 해럴드 폴랙 교수도 WP 기고문에서 "품위 공격으로 몰락한 매카시처럼 트럼프도 같은 패배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랙 교수는 "역사가 꼭 그대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지만 운율은 있는 법"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가 매카시 시대를 예기치 않게 상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럼프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걷어차는 것을 사람들이 인정하고 즐기기까지 했지만 취약계층에게 불친절한 모습을 보고서는 움찔했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근본적인 품위를 갖춘 대통령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