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트럼프 당선위해 뛰는 한인들 "한인 단결된 힘으로 정치적 영향력 높여야"
지난달 말 미국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공화 전당대회에서는 한국계 미국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의원과 행사 운영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들은 “한인의 단합된 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주목받은 한인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총괄한 마샤 리 켈리 전당대회 총괄 책임자(46)다. 켈리는 전당대회 운영 총괄 책임자로선 첫 아시안계이자 여성이다. 2008년과 2012년 전당대회에서 운영 총괄 팀원으로 활약하다가 1년 전 총괄 책임자로 임명됐다. 전당대회 행사장을 클리블랜드로 정한 데에도 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현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행사 기간 중 켈리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행사 진행을 위해 1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이사해 25명의 팀원을 이끌고 행사준비에 몰두했다.

한국계로 유일하게 전당대회 연사로 나선 리사 신 박사(48)도 주목받았다. 안과 의사인 신씨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지연설에서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도울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계로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슈퍼바이저(공동시장 격)로 활동하는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과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아시아·태평양 공보담당을 맡고 있는 제이슨 정도 행사 기간에 한인들과 미 공화당의 연결을 위해 분주하게 뛰었다.

민주당에는 당내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한인이 없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백악관으로 보내기 위해 풀뿌리 선거 운동을 조직하고 이끌어가는 한국계 2세와 이민자들이 곳곳에서 분주하게 활약했다.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인 마크 김과 캘리포니아주 LA 시의원인 데이비드 류가 대표적이다.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이들은 행사 기간 내내 아시아·태평양계 당원회의 등에 참석해 한인 목소리를 대변했다.

김 의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치권에 입지를 다진 1세대 아·태계 정치인들 덕에 이후 세대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교육구청의 운영위원회 같은 가장 기초적인 단위의 정치활동부터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더 많은 한인이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한인으로선 165년 LA시의회 역사상 처음 진입한 인사다. 아시아계로는 두 번째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김 의원과 류 의원을 비롯해 16명의 한인 대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주당 정강(政綱)에 ‘북한의 공세를 물리친다’는 내용을 넣는 데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안 아메리칸스 포 힐러리’라는 한인 단체를 이끄는 로라 엄 변호사도 클린턴 후보를 돕기 위해 한인 자원봉사자를 전국 단위로 조직하고 이들을 봉사활동에 나서도록 독려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이현정 씨(대학 강사)는 “클린턴 후보는 미국의 발전을 위해,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일할 사람”이라며 “한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해 한인들의 몫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