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납치살해·교회 파괴…미사 중 신자 학살장면 녹화

기독교 시설에서 벌어지는 잔혹행위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설치는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일상화한 위협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니파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는 거점으로 삼는 시리아, 이라크에서 기독교를 줄곧 탄압해왔다.

IS 조직원들은 쿠란의 우상숭배 금지를 극단적으로 해석해 십자가를 철거하고 성서에 나오는 풍경을 담은 예술작품을 훼손하곤 했다.

이라크, 시리아에서는 IS가 점령한 지역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기독교 신자들의 엑소더스가 목격된 바 있다.

시리아에서 30년을 살아온 이탈리아인 예수회 신부는 2013년 락까에서 IS에 납치된 뒤 아직 생사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한 무장세력은 2014년 시리아 마룰라의 수녀원에서 수녀들을 포함한 시리아 여성 13명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받고 풀어줬다.

리비아를 거점으로 삼는 IS 지부는 작년에 두 차례 공격을 통해 이집트 기독교인 21명,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31명을 학살했다.

사건에 가담한 IS 조직원들은 기독교 신자들의 목을 베는 장면을 선전물로 사용하기 위해 녹화하기까지 했다.

IS의 이집트 지부는 작년 6월 시나이 북부에서 "전사들을 불신한다"는 이유로 기독교 사제를 총살한 적도 있다.

이집트의 기독교 분파인 콥트교 신자들은 자신들이 모국에서 항상 '2등 국민' 취급을 당한다고 항의해왔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이들이 시위에 나설 때면 강경한 진압으로 사상자를 내곤 했다.

이날 프랑스에서 IS 추종자들이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IS는 성명을 통해 "십자군 동맹국을 공격하라는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란에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적대적인 표현이 없다.

오히려 쿠란은 기독교인들을 '책(성서)의 백성들'로 보호하고 있으며 예수를 모세처럼 주요 예언자로 인정하고 있다.

소수 기독교인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여전히 살고 있으나 신앙 활동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명의 대가로 IS에 종교세를 내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처지가 열악하지만 시아파 이슬람 교도, 소수민족 야지디는 납세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더욱 심한 탄압을 받고 있다.

시리아,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인구가 많은 인접국인 레바논으로 주로 달아났다.

레바논 발라만드 대학 기독교-무슬림 센터의 소장인 게오르게스 마수는 "기독교인, 무슬림이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상황을 우려해왔다"고 말했다.

그리스정교회 사제인 마수는 "테러리즘은 특정인의 종교와 관계없이 아무나 해치는 성격이 있다"며 종교차별을 떠나 테러집단을 단순한 '절대악'으로 규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