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기독교 사회에 충격 안겨…"'십자군동맹'에 저항"
프랑스 무슬림 지역지도자 "종교간 대화 손상되지 않기를"


"자세한 내용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큰 그림으로 본다면 교회가 '이슬람국가'(IS)의 표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바티칸 전문가로 기독교 뉴스 사이트 크룩스의 부편집인인 존 알렌은 26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북부 루앙시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을 이같이 진단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테러범 2명은 이날 오전 흉기를 들고 성당에 들어가 오전 미사를 집전하던 자크 아멜(86) 신부와 수녀 2명, 신도 2명을 인질로 잡았다.

흉기로 아멜 신부의 목을 그어 살해했다.

범인 중 1명은 지난 2015년 IS에 가담하려고 시리아에 들어가려다 터키에서 체포된 뒤 프랑스에서 1년 정도 수감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즉각 "IS에 충성을 맹세한 범인들이 범행했다"고 밝혔다.

IS가 분쟁지역에서 기독교 성직자들을 공격한 적은 있지만 서방에서 기독교 성직자를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IS는 예맨에서 4명의 수녀와 12명의 다른 이들을 살해했고, 기독교 성직자 한 명을 납치하기도 했다.

또 이탈리아 예수회 목사 한 명도 지난 2013년 시리아에서 IS에 의해 납치당한 바 있다.

하지만 내전에 휩싸이지 않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번 공격은 교회가 새로운 전선이 됐고, 성직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두 명의 테러범은 자신들의 공격이 십자군 동맹에 저항하는 '성전'으로 보이려 한 정황들도 나오고 있다.

분명히 성당을 테러 목표로 삼은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함께 인질로 잡혔던 다니엘 수녀는 RMC 등 프랑스 언론들에 "그들이 신부님을 강제로 무릎 꿇도록 했고 신부님이 방어하는 순간 비극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니엘 수녀는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는데 제단 주변에서 아랍어로 설교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IS는 그동안 인질을 참수하거나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는 동영상을 수차례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에르베 모랭 노르망디 주지사는 "아멜 신부는 이 성당에서만 30년을 보냈다"며 "단순히 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가 숨진 사건"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바티칸 전문가 알렌은 "더욱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에 관심을 갖게 될 교회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IS 격퇴전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지지가 커질 것임을 예상했다.

오드 노르망디의 무슬림 종교 지도자인 모하메드 카라빌라는 이번 사건으로 지역 내 종교간 대화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테러는 극단주의 위협이 프랑스의 주요 대도시뿐만 아니라 인구가 적은 시골 지역까지 확산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자생적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에 대처하는 프랑스 정부의 능력에 더욱 많은 의문을 안기는 사건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생테티엔 뒤 루브래에서 가까운 마을 출신의 프랑스인 막심 하우처드가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지난 2014년 온라인에 공개된 IS의 인질 처형 동영상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등장한 바 있다고 FT는 소개했다.

파리 소재 테러분석센터는 생테티엔 뒤 루브래가 속한 센 마리팀도(道) 출신의 극단주의 위험인물을 14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가 불특정다수를 노린 이른바 '소프트 타킷' 테러가 일상 도구라는 수단으로 자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 공포를 고조시킨 가운데 이번에는 IS가 교회를 테러 표적으로 삼고 나서 서구 기독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기는 모습이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