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당수 지역 43℃ 넘는 찜통더위…데스밸리 50℃ 육박
동북부에선 폭풍우…LA는 산불 확산
중국에선 연일 물난리로 피해 10조원

미국에서는 폭염, 중국에서는 물난리로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지구촌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 '열돔'(heat dome) 현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말 내내 27개 주(州)가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국립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열돔 현상에 따른 찜통더위는 24일 현재 동부 해안에서부터 중서부, 남부, 북서부 지역에 걸쳐 맹위를 떨쳤다.

이에 27개 주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고, 약 1억1천400만 명이 더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CNN방송이 24일 보도했다.

미 기상당국은 캘리포니아 주 데스밸리 지역에서 최고 온도가 49.4℃(화씨 121도)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열돔 현상이 나타난 상당수 지역에서도 43.3℃(화씨 110도)를 웃돌았다고 덧붙였다.

리포니아 남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발생해 주택 18채를 태웠다.

LA 소방서장 존 트립은 "불길이 집들을 집어삼켰다"며 "화물열차와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폭염은 26일께나 풀릴 전망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중북부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시에서는 지병이 있던 노인 5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이번 찜통더위를 유발한 것은 '열돔 현상'이다.

대기권 중상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오랜 기간 정체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은 기상 현상을 말한다.

마치 열이 쌓인 모습이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모양이어서 '열돔'으로 불린다.

여기에 습도가 높아지는 '콘 스웨트'(corn sweat) 현상이 결합하면서 찜통더위가 발생한다.

열돔 현상이 일단 발생하면 예년보다 5∼10℃ 이상 기온이 상승한 날이 며칠씩 이어진다.

앞서 지난달 말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등 서남부 주에서 발생한 가마솥더위도 열돔 현상의 하나였다.

기상청은 저녁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되도록 야외 활동을 삼가고 건강관리에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기상당국은 습기를 동반한 더위가 잇따른 폭풍우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날부터 뉴욕 주를 비롯한 동북부에서는 폭풍우로 나무가 쓰러지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폭풍우는 24일 오대호를 거쳐 중서부로 이동할 전망이며, 기습적인 폭우를 내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도 열돔 현상의 영향권에 들면서 비상이 걸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대가 개막하는 25일 필라델피아 시의 최고기온은 42.2℃(화씨 10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또 더위는 폭풍우를 동반할 것으로 전망돼 전대가 열리는 웰스파고센터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들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됐다.

중국에서는 1998년 이후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이어졌다.

최악의 폭우가 중국 남부, 중북부, 동북부 지역을 연쇄적으로 강타하면서 인적·물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중국당국이 지금까지 공개한 부분적인 피해통계 자료만 단순 합산해도, 올해 폭우로 인한 중국의 직접적인 경제손실액은 이미 10조 원을 돌파했다.

이재민 수는 최소 4천만 명을 넘어섰다.

25일 중국의 국가홍수·가뭄방지총지휘부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26개 성(省)과 시(市), 1천192개 현(縣)에서 홍수 피해가 나 3천28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506억 위안(8조 7천118억 원)의 직접적인 경제 손실도 발생했다.

또 지난 18∼20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허베이(河北)성에서만 23일 기준으로 904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직접적인 경제손실액은 163억 위안(약 2조 7천700억 원)에 달했다.

베이징(北京)에는 25일 또다시 '폭우경보'가 발령됐다.

재해대책당국은 각 기관과 기업들에 25일 하루 동안 직원들이 러시아워(차가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출퇴근할 수 있도록 조치해줄 것을 권고했다.

고속도로 관리당국은 1천300명의 인력과 400대의 중장비를 긴급 투입했고, 교통당국은 폭우상황에 따라 고속도로를 신속하게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기상당국은 "24일 밤∼25일 낮에 국부적으로 1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6∼7급의 강풍도 예보됐다.

이런 가운데 남반구의 페루 안데스 산맥 해발 5천m 지역에서는 사흘에 걸친 폭설과 한파로 알파카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AP에 따르면 페루 정부는 알파카 5만 마리가 한파로 떼죽음을 당한 안데스 남부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페루 당국은 영하 23℃의 날씨가 이어질 경우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베이징·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이준삼 특파원 김보경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