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 이후 유럽 내 터키 이민자 사회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려 갈등을 빚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에서 터키 대사관과 영사관 주변을 중심으로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대부분 평화 집회를 표방했으나 곳곳에서 에르도안 지지 시위대가 반대파에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독일 서부 겔젠키르헨에서는 에르도안 지지자 150여명이 에르도안의 숙적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이 이끈 '히즈메트(봉사) 운동'과 연계된 청소년 센터를 공격해 유리창 두 개를 깨부쉈다.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귈렌은 에르도안과 한때 정치적 동지였으나 사이가 틀어지자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이다.

자신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되자 오히려 에르도안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2천600여명이 터키 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현장에 있던 한 터키 언론인이 에르도안 체제에 비판적인 인물로 확인되자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벨기에 베링겐에서는 쿠데타 시도가 일어난 15일 밤 히즈메트 운동 세력의 회의 장소로 쓰인 건물이 공격받아 외벽이 에르도안 지지자들의 낙서로 뒤덮였다.

다음 날에는 터키 출신 이주민 500∼600명이 몰려와 이 건물에 불을 지르려고 했다.

히즈메트 운동에 연계된 니다 재단이 운영하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소재 문화센터도 지난 주말 내내 괴한이 던지는 돌 공격에 시달렸다.

귈렌과 관련 있는 업체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이콧 목록'도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다.

쿠데타 시도가 일어나기 전부터 최근 유럽 터키 이민자 사회는 에르도안 지지파와 반대파로 분열이 심해져 갈등이 악화할 조짐을 보였다.

올해 초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터키 영사관은 자국민에게 소셜 미디어에서 에르도안을 비판한 사람 정보를 알려달라고 촉구하는 회람을 돌렸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철회했다.

아메드 아부탈렙 로테르담 시장은 "필요하면 양측을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며 "터키로부터 갈등을 수입하지는 말아달라"고 터키 이민자 사회에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