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판결 이행 고집하면 양국 대립"

필리핀이 국제법정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 결과를 배제한 채 중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19일 필리핀 ABS-CB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논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양자 대화를 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PCA는 지난 12일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PCA에 제소한 필리핀은 판결 이행을 위한 중국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은 판결 수용 자체를 거부했다.

야사이 장관은 지난 15∼16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따로 만났다.

야사이 장관은 왕이 부장이 PCA 판결을 무시하고 대화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필리핀 헌법, 국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답을 했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중국의 판결 수용과 이에 따른 대화를 주장하면 양국이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야사이 장관이 전했다.

야사이 장관은 필리핀 어민들이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해역에서 다시 조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판결을 이행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4월 양국 함정 대치 이후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인 이 암초는 필리핀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있지만, 중국은 PCA 판결 이후에도 필리핀 어선의 접근을 막고 있다.

야사이 장관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푸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을 특사로 중국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 "중국은 줄곧 필리핀측에 양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중국은 결코 필리핀과 대화의 대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 의제와 전제 조건을 놓고 양국의 입장이 맞서고 미국과 일본 등이 중국의 판결 이행을 압박함에 따라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