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미주리 출신 흑인 개빈 롱…경찰 "단독범행" 결론
댈러스 참사 후 꼭 열흘째…댈러스 사건 모방범죄 가능성
경찰 흑인 총격→흑인 보복 '악순환' 반복…오바마 '단합' 강조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17일(현지시간) 오전 경찰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근무 중인 경찰관 3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는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출신의 흑인 개빈 유진 롱(29)으로 밝혀졌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 동남부 올드 해먼드 에어플라자 쇼핑센터 인근에서 복면을 쓰고 검은 옷을 착용한 용의자 롱이 경찰들을 상대로 총격을 가했다.

경찰과 용의자 롱 간 총격전은 에어라인 하이웨이 인근 피트니스 센터와 주유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롱의 시신은 피트니스 센터 바깥에서 발견됐다.

용의자 롱은 이날 매복한 채 라이플 소총으로 경찰관들을 향해 공격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숨진 경찰관들은 배턴 루지 경찰국 소속 경찰관 2명과 동부 배턴 루지 셰리프국 경찰관 1명으로 밝혀졌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경찰관 1명도 위독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마이크 에드먼슨 루이지애나 주 경찰국장은 오후 기자들을 상대로 한 사건 브리핑에서 "경찰관들에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으며 배턴 루지 시에는 더 이상의 총격범은 없다"면서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 공식 기록에 따르면 경찰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롱은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와 그랜드뷰에서 거주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주와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1987년 7월 17일생인 롱은 이날 자신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1년 이혼한 전력이 있으며, 전 부인과의 사이에 자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어 2012년 앨라배마 주 터스컬루사에 있는 앨라배마대에 입한 기록도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경찰은 롱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정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백인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에 앙심을 품고 보복범행을 했는지, 급진 성향의 과격 단체의 사주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배턴 루지 경찰 관계자도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내내 사건 현장 인근에 중무장한 경찰과 경찰차들을 배치해 고속도로 주변에서 삼엄한 검문검색을 펼쳤으며, 또 다른 범행 동조자가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은 뒤 "이 같은 공격들은 비겁자들의 행동"이라며 "법을 위반하는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실에서 행한 특별연설에서 "경찰관에 대한 공격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사회를 작동하도록 하는 법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종이나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미국을 단합시킬 말과 행동에 집중하는 일이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존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사건이 발생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격"이라며 범행을 규탄했다.

그는 이어 부상한 경찰관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경찰관을 노린 이날 총격은 지난 7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흑인 남성 마이카 존슨(25)의 백인 경찰관 저격 사건이 발생한 지 꼭 열흘 만에 일어났다.

게다가 지난 12일에는 배턴 루지에서는 전당포에서 총을 훔쳐 경찰을 죽이려고 계획했던 용의자 4명 가운데 3명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현지언론들은 이번 일이 지난 7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발생한 경찰 저격 사건에 대한 모방범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사건 현장은 배턴 루지 경찰서 본부와 약 1㎞ 떨어져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배턴 루지에서는 길에서 CD를 팔던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경찰관들에게 제압되던 과정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지면서 경찰과 흑인 간 갈등이 증폭돼왔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6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 필랜도 캐스틸(32)의 피격 사망사건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한편,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티투스빌의 한 병원에서 이날 오전 2시께 총격 사건이 발생해 환자 1명과 병원원 직원 1명 사망했다고 플로리다 주 언론들이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