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이후 양위론 급물살…당사자 침묵 속 해석 교차

생전퇴위 의사를 지닌 것으로 보도된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진짜 의중을 두고 해석이 교차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아키히토 일왕이 왕위를 장남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넘기고 물러날 의향을 지녔다고 이달 13일부터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생전퇴위 의사를 측근에게 전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양위가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마치 아키히토 일왕이 곧 퇴위할 의사를 지닌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언론의 접촉까지 극히 제한된 탓에 당사자인 아키히토 일왕의 의견을 직접 들을 기회가 마련되지는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도통신은 아키히토 일왕 자신이 조기 퇴위를 원하고 있지는 않다고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이 "상징으로서의 지위와 (일왕의 공무) 활동은 하나라서 서로 떼어낼 수 없다"고 하는 등 충분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퇴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으나 조기 퇴위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왕실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이 최근 일왕의 공무를 줄이는 문제를 다룰 때도 아키히토 일왕은 "아직 지금 페이스로 임하겠다"고 언명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복수의 궁내청 관계자들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으면 생전퇴위도 사양하지 않겠다는 아키히토 일왕의 생각은 이해하지만 "생전퇴위라는 명확한 단어를 폐하에게서 들은 것은 아니다"고 반응했다.

교도통신은 아키히토 일왕이 충분한 활동을 할 수 없으면 생전퇴위를 할 수 있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 알려지면서 양위가 곧 이뤄질 것처럼 여겨졌으나 아키히토 일왕 자신이 조기에 퇴위할 생각이 아니라서 왕위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아키히토 일왕이 가정을 전제로 생전퇴위를 거론한 것이 머지않아 양위하고 싶다는 의사표명으로 확대해석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아키히토 일왕이 올해 12월에 만83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 상태의 변화에 따라서는 본인의 현재 의사와 무관하게 조기 양위가 현실화하거나 현행 규정에 따라 섭정(攝政, 왕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이뤄질 수도 있다.

궁내청의 한 간부는 아키히토 일왕이 자신의 역할 수행에 관해 직접 의사를 표명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었으며 이는 그의 의중에 관한 해석이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궁내청은 일왕의 생일을 계기로 한 올해 12월 정례 회견을 활용하려다 관련 보도가 쇄도하자 앞당기는 방안을 한때 고려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이례적인 방식의 의사표명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원점에서 신중히 논의 중이다.

궁내청 관계자는 아키히토 일왕이 자신이 점점 고령이 되는 가운데 국가의 상징으로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에 관한 생각을 표명할 것이며 '퇴위' 등의 표현을 사용해 명시적인 뜻을 밝히지는 않으리라 전망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