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판결대비 남중국해 전투태세 명령…美 "도발적 언행 삼가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현지시간)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자마자 중국과 미국 양국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중국은 "이번 중재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미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라며 철저한 이행을 압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라면서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차 방중한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중재판결에 근거한 그 어떤 주장이나 행동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국제법치와 공평 정의를 일관되게 수호할 것"이라며 "평화 발전의 길을 결연히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남중국해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결연히 노력할 것"이라면서 "직접 당사국과 역사적 기초와 국제법에 근거해 담판과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국제해양법 조약에 가입할 때부터 이미 당사국들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강제분쟁 조정에 동의한 것"이라면서 "이번 중재판결은 최종적이고 중국과 필리핀 양쪽 모두에 구속력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특히 "양국 모두 자신들의 의무를 준수하길 희망하고 기대한다"며 중국에 판결 내용의 이행을 압박한 뒤 "모든 당사자에게 도발적 언급이나 행동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아울러 "이해 당사자들이 국제해양법 조약에 나타나 있는 그대로 국제법에 따라 해상 영유권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고 관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조치들은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지리학적 범위(이견)를 좁히는 추가 논의에 기초를 제공하고, 또 분쟁 지역에서의 행동기준을 설정하며, 궁극적으로 강제나 무력의 사용 또는 위협 없이 근본적은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판결을 앞두고 인민해방군에 전투태세를 명령한 데다가, 미국 역시 이미 남중국해 분쟁지역 주변에 항공모함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양측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은 베이징의 군사소식통들을 인용, 시 주석이 중국에 불리한 PCA의 판결을 계기로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무력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군에 일전불사할 각오를 다지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남부전구(戰區)는 이미 1급 전쟁준비태세에 들어갔으며 남해함대와 로켓군, 공군은 전쟁 직전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그동안 F-35 스텔스기, P-8 정찰기, 잠수정, 구축함을 남중국해의 인공섬 근처에 투입한 데 이어 현재 로널드 레이건 호를 비롯한 미 태평양 함대 소속 항공모함 2척을 필리핀 해역에 배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워싱턴연합뉴스) 홍제성 심인성 특파원 jsa@yna.co.kr,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