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안하고 있는 미국의 입지 좁혀"

국제분쟁중재기구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12일(이하 현지시간)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 언론들은 예상보다 강경한 결정이 중국의 남중국해 관련 활동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렇지만 이번 결정을 실제로 이행할 수단이 없어 남중국해에서의 관련국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면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PCA에 제소한 필리핀의 후속 조치에 따라 관련국들이 입장을 정하는 일종의 눈치 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CNN 방송은 "중국에 대한 매우 강경한 결정이지만, 결정 내용만으로는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풀이했다.

특히 PCA에서 이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측에 인공구조물을 철거하라거나 필리핀에 배상 조치를 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만큼, 관련국 사이에서 신경전과 눈치 보기가 치열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PCA 결정이 남중국해에서의 해상영유권 분쟁을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면서도 "강경한 판결 내용은 지역 내 긴장을 높일 수 있고, 중국과 미국 간의 마찰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폭스뉴스는 중재재판소 결정이 중국을 비롯한 당사자에 구속력이 있지만, 이 결정을 시행을 뒷받침할 군사력이나 체계가 없어서 이번 결정에 따른 영향력은 불분명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재 여러 척의 해군 함정을 남중국해와 인근 해역에 파견해 놓은 미군이 PCA 결정을 계기로 중국에서 주장하는 영해 안으로 군함을 통과시키는 '항행 자유' 활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남중국해 상공에 대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거나 스카보로 암초(황옌다오)에 새 군사기지를 짓겠다고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고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PCA 결정이 "중국 쪽에서 체면을 세울 여지를 거의 주지 않았다"고 평했다.

WP는 오는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중국에서 남중국해 긴장을 높여 둔 상태로 중요 국제회의를 열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최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가 출범한 필리핀에서 어떤 대응을 할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이번 PCA 결정의 근거가 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비준하지 않고 있는 점도 다시 부각됐다.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케네디스쿨 산하 과학국제문제연구소의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은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 기고를 통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은 자신들의 주권이 침해당했다고 여겼을 때 국제법정의 결정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며 "모든 강대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이번 결정을 무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미국에서 UNCLOS를 비준하지 않은 점이 미국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지를 좁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