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 절반 "클린턴 혐오해서 투표"…클린턴 지지자도 마찬가지
선거 관심과 중요도 평가는 20년래 최고…투표율 많이 올라갈 듯

미국의 올해 대통령선거가 지난 20년간 치러진 어느 선거에서보다도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한다기보다는 싫어하는 후보를 반대하는 투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 확인됐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가 지난 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이들 후보에 대해 매우 또는 상당히 만족한다는 비율은 40%에 그쳤다.

이는 20002년 64%, 2004년 65%, 2008년 60%, 2012년 56%에 비하면 크게 낮은 것이다.

특히 트럼프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5%가 "클린턴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트럼프를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41%에 지나지 않았다.

클린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트럼프에 반대하기 때문(50%)이라는 사람이 클린턴을 지지하기 때문(48%)이라는 사람보다 많았다.

또,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당내 경선 중 경쟁자들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아직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약 절반 정도(47%)만 클린턴을 트럼프보다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했고, 35%는 두 후보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말이라고 답했으며, 16%는 도리어 트럼프가 더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클린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공화당 경선에서 본래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82%가 트럼프의 대통령 자질을 클린턴보다 높게 본 데 반해 다른 경쟁자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49%만 그렇게 생각했다.

후보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가운데, 특히 18~29세 사이의 젊은층의 만족도는 극도로 낮아 23%에 지나지 않았다.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대통령선거에서 이들의 후보 만족도가 평균 66%였던 것에 비해선 3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그러나 후보에 대한 만족도가 이같이 낮은 데 반해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0%는 이번 선거에 대해 "아주 많이" 생각해봤다고 대답해 가장 낮았던 2000년의 46%에 비해 2배나 됐다.

대선 후보에 관한 뉴스를 매우 혹은 상당히 자주 찾아보고 있다는 응답도 85%로 20년래 최고 수준이고, 미국이 처한 중요한 문제들의 해결 전망과 관련해 "정말 중요한 선거"라는 데 대한 동의도 75%로, 이라크전이 정점을 이룬 2004년 선거 때의 67%보다도 높게 나왔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 투표율이 매우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갤스턴 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는 1992년 이래 투표율과 퓨 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만족도가 낮더라도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다"며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도에 따라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 엄밀한 분석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로 봐서 이번 투표율은 지난 2012년 선거 때의 58%보다 높고, "어쩌면 (20년래 가장 높은) 2008년의 62%에 근접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후보 만족도가 이처럼 낮아도 투표율이 높을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하는 만큼, 혐오하는 후보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장에 몰려나올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