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여성 총리 맞는 영국…'제2 대처' 메이 13일 취임
영국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선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의 결선에 오른 두 후보 중 한 명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53)이 11일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경쟁자인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9·사진)이 13일 데이비드 캐머런에 이어 영국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1990년 퇴임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26년 만의 여성 총리다.

레드섬 차관은 이날 노샘프턴셔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총리가 당장 임명되는 게 국익”이라며 경선 포기를 발표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25%에 머무는 반면 경쟁후보인 메이 장관 지지율이 60%를 넘는 점을 경선 포기 이유로 설명했다. 그는 “테리사 메이의 큰 성공을 바란다”며 “메이에 대한 완전한 지지를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2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도 메이 지지를 선언했다.

레드섬 차관이 경선 포기를 발표한 이후 캐머런 총리는 자신이 13일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BBC는 “메이 장관이 13일 취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캐머런 총리가 지난달 23일 치른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한 뒤 차기 보수당 대표 경선을 해왔다. 원래 경선 일정에 따르면 약 15만명의 보수당 당원이 결선에 오른 메이 후보와 레드섬 후보를 놓고 오는 9월8일까지 우편투표를 한 뒤 당선자를 이튿날 발표할 예정이었다.

레드섬 차관의 경선 포기는 9일 더타임스와의 인터뷰 발언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메이 장관에게 조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 또 아이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자녀가 없는 메이에 대한 악의적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메이 장관은 아이를 갖는 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메이 장관은 국민투표가 치러질 때까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했지만 총리직에 도전하는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며 투표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메이는 이주와 안보 문제에 강경한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다. 친구들에게는 금욕주의자, 극기심이 강한 사람으로 불리고 정적에게는 고집스럽고 답답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일간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1956년 영국 남부 이스트본에서 성공회 신부의 딸로 태어난 메이 장관은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영국 중앙은행과 금융결제기관에서 근무했다. 1997년 총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02년 영국 보수당 사상 최초 여성 당 의장으로 지명됐으며, 2010년 보수당 집권으로 입각해 지금까지 내무장관직을 맡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