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 경찰 피격 사건 때 무장 시위자들 용의자로 오인 체포

공공장소에서 무기 소지가 합법적인 미국 텍사스 주의 총기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텍사스 주의 댈러스에서 발생한 경찰 피격 사건에서 공격용 무기를 들고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을 경찰이 용의자로 오인해 체포하는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7일 댈러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시위 현장에는 대량살상용 반자동소총 'AR-15' 등의 무기를 가진 사람이 20∼30명 있었다.

미국 내 주 가운데 총기 면허 수 1위로,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공개 휴대(Open Carry)할 수 있는 텍사스 주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문제는 흑인을 향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댈러스 시위에서 매복 총격범 마이카 존슨(25)이 쏜 총에 맞아 백인 경찰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생겼다.

경찰은 존슨을 '폭탄 로봇'을 이용해 사살했고 현장에서 무장한 두 명의 남성과 남성들과 함께 있던 여성 한 명을 체포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사람들은 이후 총격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댈러스시의 데이비드 O. 브라운 경찰서장은 CNN에 무장한 시위자들 때문에 사건 초반에 혼란이 있었다면서 "그들은 가스 마스크를 썼고 방탄조끼와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서장은 총격 사건이 일어나자 "그들은 뛰기 시작했다"며 중무장한 사람들이 범행 현장에서 달린다면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용의자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당국에 따르면 총격범인 존슨은 시위자들 무리에 섞여 사건 현장에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격범이 범행 현장에 거리낌 없이 나타나고 무장 시위자가 용의자로 오인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텍사스의 총기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롤링스 댈러스 시장은 "상식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며 공공장소에서 소총이나 엽총을 들고 다니는 것을 제한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롤링스 시장은 총기 소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뒤 "총기법이 시민과 경찰은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9일 인터뷰에서 "당신이 경찰이라고 가정한다면 총을 가진 한무리의 사람들 가운데 누가 당신에게 총을 쏠지 선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가 허용된 텍사스 총기법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논란이 펼쳐지고 있지만 텍사스의 총기법에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민주당에서조차 텍사스의 총기법 변화를 낙관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오히려 텍사스에선 다음 달 1일부터 공립과 사립 대학에서 학생과 직원들이 총기를 숨겨 지녀도 되는 등 총기 규제가 느슨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