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결과를 개헌 지지로 볼 수 없다"…우파정당 부진에 주목
제대로 된 논의 피하고 개헌 문제점 감출 가능성 '우려'

일본의 7·10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압승한 것이 당장 한일관계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11일 밝혔다.

이들은 아베 정권이 지지기반을 확실히 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과의 외교에서 돌발 변수를 만드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이른바 '개헌세력'이 3분의 2를 넘었더라도 국민투표 절차가 있으므로 당장 헌법 9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베 정권이 안보법률 정비나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때처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본의 정치 및 한일관계 전문가들과 연합뉴스의 전화 인터뷰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니가타(新潟) 현립대 교수
이번 선거에서 개헌 문제가 크게 쟁점이 되지 않았다.

1·2순위 쟁점이 아니었다.

개헌에 대해 일본 국민이 신임했다는 증거도 없다.

개헌세력의 의석수만 보면 국민이 개헌을 지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확대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여당은 일본 국민이 개헌을 지지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제한 없이 완전하게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아베 정권이 그 방향으로 곧바로 갈지는 의문이다.

자민당이 야당 시절 만들었던 헌법개정안 초안(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내용 등 포함)을 그대로 추진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선거 결과로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요인이 생겼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한국과 일본은 안보 면에서 같은 편에 있다.

그것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한 한미의 결정으로 더욱 공고해 진 상황이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
즉시 개헌이 이뤄질지, 특히 헌법 9조를 바꿀지 생각해보면 여전히 장애물은 꽤 높다.

특히 공명당의 개헌에 대한 태도가 자민당과는 다르다.

아베 정권이 시험적으로 개헌을 우선 시도할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걱정할 정도의 단계로 당장 가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 승리로) 아베 정권은 앞으로 2년 정도는 이어지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그러므로 정권 교체나 지지율 하락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를 비롯한 외교 사안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줄었다.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이른바 오른쪽 성향의 당에서 거의 의석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베 총리가 오른쪽으로부터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조회장 등처럼 소녀상 이전 문제 등에 강경한 의견을 지닌 이들과 타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총리관저 내에서 역사 수정주의자와 친미파 사이에 외교 주도권 다툼이 있었으나 현재 상황이라면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영향력이 적은 상태로 머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개헌세력이 3분의 2를 점유해도 개헌이 쉬운 일은 아니다.

헌법 9조를 고치겠다고 하면 개헌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베 정권이 개헌하려고 한다면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고 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이 처음부터 헌법 9조를 바꾸겠다고 하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또 국민투표법이 제정됐지만 국민투표 시 개헌 조문 하나하나에 대해 찬반을 물을지, 포괄적으로 물을지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아베 정권이 개헌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헌을 짧은 기간에 한다고 하긴 어렵다.

개헌 절차는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참의원 선거는 정권 교체가 걸린 선거가 아니기에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본다.

한일관계는 현재 정부 간 관계가 나쁘지 않다.

이번 참의원 선거 후 한일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현상을 변경'하는 일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일본 아베 정부는 확고하게 기반을 갖게 된 반면 한국 정부는 약해졌다.

양국 정권이 서로 비슷하게 강하면 괜찮은데 한편만 강하고 한편만 약하면 불균형이 있다.

그것은 한일관계에 미묘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上智)대 국제교양학과 교수
헌법 9조를 정면에서 갑자기 바꾸기보다는 일반인이 받아들이기 쉬운 것, 예를 들면 환경권이나 긴급사태 조항을 먼저 바꿀 수도 있다.

선거에서는 경제를 쟁점으로 삼아놓고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에 아베 정권의 생각대로 안 될 수도 있다.

동시에 개헌은 인기가 없는 일이므로 아베 정권이 제대로 된 논의를 피하려고 할 수도 있다.

국민투표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피하려고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민당, 공명당, 오사카유신회가 개헌 내용을 정하고 나면 그 이후 논의가 활발해지지 않도록 언론이나 대학, 학교 등에 개입을 하는 등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투표율 하한 규정도 없으므로 개헌에 찬성하는 이들이 투표하러 많이 오면 된다는 전략인 셈이다.

오히려 너무 복잡해서 알기 어렵게 하거나 몇 개의 조문 개정을 동시에 발의해서 각각에 대해 투표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헌법 9조 개정의 찬반을 다른 조항과 함께 물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런 식으로 9조 개정을 이룰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9조 개정을 한다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가능한 군대에 가깝게 바꾸는 내용을 넣고 싶어 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미국과의 군사 동맹이므로 헌법 9조 개정으로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동아시아 긴장감이 고조할 것이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